김영란법 내수침체 외치는 언론들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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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김영란법 내수침체 외치는 언론들의 속내 ‘부정부패 대한민국’ 오명 벗는 첫걸음 되길

기사입력2016-05-11 10:45

기자 생활 1년차 시절 얘기다. 인터뷰한 취재원이 감사 의미로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광화문에 있는 한식당이었는데 도착해보니 가격이 좀 나가보였다. 여기 1인당 식사비가 얼마정도 되냐고 물었다. 다행히 3만원은 안됐다. 회사 윤리강령에 취재원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는 대접받으면 안된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기자 윤리강령을 헌법처럼 마음에 새기고 살던 시절이다. 고백하건대 그 이후 3만원이 넘는 밥을 먹은 일도 있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 일이다.

지난 9일에 나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 입법예고를 두고 언론이 들썩이고 있다. 시행령에서는 공무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이 정해진 금액 안에서만 식사, 선물, 경조사비를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다.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까지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영란법이 내수를 침체시킬 것이라며 난리다.

한우선물세트가 걸려 있는 축산업계, 화환을 파는 화훼업계, 접대의 산실인 고급골프장에서 항의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탓이다. 그런 업계 목소리를 전하며 ‘내수침체론’을 외치는 일부 언론에는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언론인은 김영란법의 이해당사자다. 한국기자협회는 민간 영역인 언론인을 김영란법에 포함시켰다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을 이 법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느냐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비언론인 입장에서는 언론인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 있다. 얼마나 더 얻어먹고 싶어서 그러느냐는 얘기다.

김영란법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공직자가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충돌 방지조항도 제외됐다. 이런 문제들은 차차 바꿔 가면 될 일이다. 언론들이 내수침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볼썽사납다. 벌써부터 ‘김영란법 때문에 골프장이 생사갈림길’이라는 헤드라인도 눈에 띈다. 만에 하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내수가 침체된다 해도 그것은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OECD 34개국 가운데 공동 27위로 하위권이다. 국민들이 공직자와 언론인에 갖는 불신의 정도는 그 이상이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때다. 김영란법이 부패한 대한민국을 바꾸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