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근로…사람이 ‘뒷전’이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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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장시간근로…사람이 ‘뒷전’이어서는 안된다 경영계, 노동시간 단축을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아야

기사입력2017-09-08 18:1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지난 6일 서광주우체국 소속 한 집배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유서에 남긴 내용이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짧은 세 문장만을 남기고 고인은 세상을 등졌다.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인은 한달 전 교통사고가 났지만, 우체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출근을 재촉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전국집배노동조합 조합원과 같은 일을 하는 전국우정노동조합 조합원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11.5시간이다. 또 연간 근로시간은 2869시간으로, OECD에서도 1위를 다투는 한국인 평균 근로시간 2113시간보다 756시간(35.7%)이 더 많다.

장시간근로에 따른 고통은 집배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일 은행권 과당경쟁의 부작용을 논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은행권 직원들의 근로강도가 높아, 알려지지 않은 과로사도 많다”며 이를 다뤄주길 바랐다. 이날 토론회에 따르면 은행권 직원의 88%가 한국 근로자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을 더 일했다. 또 직원의 54%가 일 평균 2시간이상, 4명중 1명(23%)은 일 평균 3시간 이상을 초과근무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6년 과로사로 산재보상을 신청한 근로자는 577명이다. 이 가운데 150명(25.9%)만이 산재승인을 받았다. 과로사는 별도로 통계를 내지 않고, 의학·법적으로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과소추계일 가능성이 있다.

근로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업무량이 증가하거나, 또 눈으로 보여줘야 하는 실적압박도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사람이 일보다 뒷전이라는 점이다. 고인이 된 집배원이 왜 사람 취급을 안해준다고 느꼈는지, 어떠했기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이와같은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로사 방지법이든, 노동시간 단축이든, 이제는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경영계가 노동시간 단축을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