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실수 유도하는 온라인 ‘눈속임 상술’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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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소비자 실수 유도하는 온라인 ‘눈속임 상술’ 막는다 공정위, 눈속임·낚시 마케팅 등 온라인 다크패턴 규율

기사입력2023-04-21 15: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A씨는 여름휴가 때 묵을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숙박업소를 검색했다. 예산을 고려해 1박에 20만원 정도 하는 숙박업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숙박업소를 클릭하니, 객실 유형과 조식포함 여부 등 거래조건이 나왔고, 이를 모두 확인하고 예약 버튼을 누르자 가격을 확인하라는 창이 나왔다. 그런데 처음 검색할 때는 20만원이던 가격이 25만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세금, 봉사료가 추가되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A씨는 더 검색해 보았지만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다르게 표시돼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저렴한 가격처럼 표시된 것에 낚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2. B씨는 쇼핑사이트를 이용하던 중 광고 알람이 자꾸 울려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설정 메뉴에 들어가 광고 알람을 해제하려고 했는데, ‘광고 알람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써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계속 광고 알람이 울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았더니 “이 설정의 뜻은 광고 알람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이중 부정문이므로 고객님은 알람 수신에 동의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B씨는 황당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 일명 ‘다크패턴’ 또는 ‘눈속임 상술’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다크패턴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도 누적되고 있지만, 이런 상술 자체를 전면 금지할 경우 기업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위축될 우려가 커 이를 섣불리 규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시장에서 복잡·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다크패턴 상술 중 특별히 문제된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편취형 상술, 오도형 상술, 방해형 상술, 압박형 상술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13개 세부행위로 특정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13개 세부행위 유형은 ▲숨은 갱신 ▲제한된 범위의 순차공개 가격책정 ▲거짓할인 ▲거짓추천 ▲유인판매 ▲위장 광고 ▲속임수 질문 ▲제한된 범위의 잘못된 계층구조 ▲제한된 범위의 특정옵션 사전 선택 ▲숨겨진 정보 ▲제한된 범위의 취소·탈퇴 방해 ▲제한된 범위의 가격비교 방해 ▲제한된 범위의 반복간섭 등이다.

문제되는 13개 행위 가운데 ‘숨은 갱신’ 등 6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워 법적 근거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에 현행법으로 규율이 어려운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 등을 인상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등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다크패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및 사업자 자율규약의 제정·운용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는 입법이 이뤄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공정위는 문제 행위가 무엇인지 시장에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또, 공정위는 소비자원,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문제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는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상술을 많이 쓰는지 등을 상세히 비교·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온라인몰·모바일앱 이용과정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자들로 하여금 눈속임·낚시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취지다. 아울러, 문제되는 행위들이 발견되는 경우 이를 적극 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보고된 정책방향은 온라인 시장에서 복잡·다양하게 나타나는 상술 가운데 어떤 행위를 규율할 필요가 있는지, 어디까지 규율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공정위도 이에 대해 규율의 테두리를 명확히 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는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며, 그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는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경제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온라인 시장에서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