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충실의무에 ‘주주’ 포함…MoM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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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상법 충실의무에 ‘주주’ 포함…MoM 법제화” 대주주의 사익편취 근절없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어렵다

기사입력2024-10-07 10:2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T그룹, H그룹, N회사엔 무조건 투자하지 마라. 돈은 잘 버는 회사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주주들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 대주주의 사익 편취 방법은 너무나 많은 반면, 주주로서 부당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주식시장 부스트업을 위한 지배구조개선제도’ 토론회에 참가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가치투자 대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 대표는 미국처럼 사익 추구를 도운 이사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이사회의 독립적인 성격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상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이 아닌 평가 공시 등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 총수들이 기업을 사유화해 총수의 사익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법 개정…‘주주에 대한 충실’=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상혁·김현정·정준호 의원과 경제개혁연구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공동 주체한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 상법은 충실의무의 대상을 ‘회사’로만 규정하고 있어 ‘경영진의 이해상충 주주가치 침해’에 무방비한 현실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를 넣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행위유형은 ▲자신과 가족에게 높은 보수 지불 등 직접적 사익추구 ▲특수관계인(related party)과의 부적절한 거래 ▲경영판단에서의 체계적인 편견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신주발행(합병, 분할, 병합, 교환, 자사주매도 등) 등이다.

이 교수는 의사결정 권한과 정보를 가진 사람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회사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사익을 앞세울 위험이 크다고 했다. 사익으로 사물의 인식, 정보의 수집 및 취사, 정보에 대한 평가 및 판단의 편향과 왜곡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상충 해소에는 ‘회사에 대한 충실’로는 한계가 있고 ‘주주에 대한 충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얘기다.

회사에 대한 충실만 인정될 경우 특수관계인 거래를 통해 기업 총수일가가 이득을 보고, 일반주주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주에 대한 충실을 적용할 경우 손익의 주체는 주주와 총수까지 확장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상혁·김현정·정준호 의원과 경제개혁연구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이 지난 4일 개최한 ‘한국주식시장 부스트업을 위한 지배구조개선제도’ 토론회. <사진=박주민 의원실>

◇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제 법제화=또 이해상충 해소의 방법으로 MoM(Majority of Minority, 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제) 원칙을 제시했다. MoM은 총수 일가의 이해 관련 거래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이해상충이 있는 주주를 배제하고, 이해상충 관계가 없는 주주의 동의를 얻는 방법을 말한다.

이 교수는 이해상충 거래에서 상대방의 동의는 민사법의 대원칙이라며, 총수의 이해상충 거래에서 진정한 거래 상대방은 회사가 아니라 일반주주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단계에서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사전규제가 필요하고 MoM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민 의원은 “기업들은 법률에 따라 합볍비율 등을 정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소액주주들은 합병 등의 목적, 시점, 조직변경 후의 기업가치 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배주주들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사회는 이를 결제하지 않고 최대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