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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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국민연금이 ‘삼성’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는데 책임 있는 설명은 부족…‘사회적 피해’ 국민 의문을 해소해 주길

기사입력2024-10-16 10:30

김윤진 객원 기자 (jin@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지난달 24일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이 9월13일 자로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해에 대해, 이재용 회장과 법인 삼성물산을 비롯한 9명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열린 2015년 7월을 기준으로 10년이라고 본다면, 소멸시효를 10개월 남겨두고 소를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우물쭈물하던 보건복지부와 공단이 마침내 소송에 나선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시민들이 합병 책임자들에게 국민연금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한 성과다.

손배 청구대상에서 제외된 ‘박근혜’라는 연결고리

그런데 공단이 제기한 소송에 의아한 점이 있다. 손해배상청구 대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에게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합병의 가장 큰 수혜자로서 승계 지원을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던 이 회장은 물론이고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도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됐는데, 정작 그들의 연결고리였던 박 전 대통령만 청구 대상에서 빠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움직인 두 사람 입장에선 분명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느낄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복지부와 공단에 삼성물산 불법합병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해, ▲손해배상청구 대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사유 ▲손해배상 청구액의 산정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논의하고 있는지 ▲2018년 삼성물산 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600079) 사건에서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제시한 주장이 이재용 회장 등을 대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제기한 청구취지와 모순되지는 않는지 ▲불법합병 사건 당시 정부의 책임으로 인해 엘리엇, 메이슨캐피탈 등에 대해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없는지 ▲불법합병 사건으로 피해 입은 소액주주들에게 정부의 책임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고, 이 손해 또한 불법합병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은 없는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복지부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공단에서는 아직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 사건의 피해를 뒤집어 쓴 국민들에게 아무도 마땅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재벌로 인한 사회적 피해, 국가가 책임감 가져야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여러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고, 합병의 불법 여부를 둘러싸고 형사소송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불법합병으로 피해를 본 해외 헤지펀드가 한국 정부에 제기한 ISDS(국제투자분쟁)와 정부의 불복절차까지 국제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불법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더해졌다.

재벌 총수를 위해 이뤄진 불법합병으로 국민연금과 세금에 큰 피해가 생겼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비용, 행정력이 소모되고 있다.

이 회장과 삼성 불법합병 관련자들은 이미 국정농단 재판 당시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정부기관들은 사익만을 위한 불법행위로 사회질서와 사법정의에 큰 혼란을 가져온 이들이 제대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사법부도 엄중한 처벌을 통해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또한, 법무부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공단처럼 ISDS로 인한 세금 지출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기관들이 국민 피해 회복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와 명확한 설명으로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해 주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