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한 감세…금투소득세 폐지는 민생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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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1%위한 감세…금투소득세 폐지는 민생아니다 자산과세 형해화 동조한 민주당…‘3차 부자감세’ 어떻게 막나

기사입력2024-11-11 11:1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회의 과반이 넘는 의석을 보유한 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소득세’) 폐지는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어떠한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여도 민주당이 또다시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에 동조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적반하장식으로 금투소득세 폐지가 오히려 민생이라는 허튼 주장이 있어 이를 비판하고, 금투소득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점을 짚고자 한다.

전체 투자자의 1%도 안되는 ‘슈퍼개미 감세’가 민생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월4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집회에 참석해 ‘금투소득세 폐지는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민생 분야 공통 공약을 추진하는 여야협의체인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가 지난 28일 출범했는데, 금투소득세 폐지 등이 협의대상으로 거론된다고 한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금투소득세 폐지는 민생이 아니다.

금투소득세는 주식, 파생상품, 집합투자증권 등 펀드, 채권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국내 상장주식 및 공모주식형 펀드 등의 금융투자소득은 연간 5000만원 이상, 해외 투자 등 기타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 이상일 때 부과한다.

주식 투자수익률을 10%라고 가정할 경우, 투자원금이 최소 5억원을 초과해야 공제액 5000만원을 초과해 과세가 가능하다. 그런데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말 기준 국내 5억원 초과 상장주식(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보유 인원은 전체 투자자 1407만명의 1%인 14만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전체 내국인 주식 보유총액의 53.1%인 401.2조원을 보유하고 있다(1인당 평균 29억원). 또한 투자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10억원을 초과 보유해야 하는데 이들의 비중은 0.35%(4만9236명)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투자자의 1%도 되지 않는 슈퍼개미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 게 어떻게 민생인가.

또한 일각에서는 이들이 세금을 더 내는게 문제가 아니라 소위 큰손 투자자가 떠나가면 증시가 폭락해서 개미투자자가 손해를 보게되고, 그것이 민생에 반한다는 주장을 한다. 허튼 주장이다.

금투소득세를 부과했을때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실증결과는 나온 적이 없다. 오히려 금투소득세 도입 당시 기재부가 했던 연구용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영향이 없다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상위 1%가 금투소득세의 대상이지만, 그 1%가 언제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중에서 진짜 큰손들은 대부분 재벌 총수일가들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매각하기 어렵다.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큰손 투자자로 인한 증시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는 없다.

결국,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투자자 일각의 반대, 정확히는 투자자 일각의 표가 두려워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금투소득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자본소득에 대한 공정과세 없이 평소 강조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겠다는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금투소득세는 사실상 엄청나게 높은 공제금액과 낮은 세율로 인해 근로소득 등에 비해 자본소득에 상당한 혜택을 주는 세금이다. 그럼에도 이를 용인했던 것은 지금의 금융세제가 너무나도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세제는 경제적 실질이 같아도 과세여부 및 과세방법이 상이하고, 금융상품별 복잡한 과세체계에 따라 투자결정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신탁형 펀드의 환매·양도소득에는 배당소득을 과세하는데 회사형 펀드의 양도소득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등 과세방법이 다르고, 같은 상장지수펀드(ETF)인데도 매매차익에 대해 역내 해외주식형 ETF는 배당소득을, 역외 해외주식형 ETF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해 투자자의 선택을 왜곡해왔다. 게다가 A펀드와 B펀드를 보유해 A펀드에서 50만원 손실을 내고 B펀드에서 30만원 수익을 내면 실제로는 20만원 손실을 본 것이지만, 현재 과세체계는 B펀드의 수익에 과세한다.

주식 투자수익률을 10%라고 가정할 경우, 투자원금이 최소 5억원을 초과해야 공제액 5000만원을 초과해 과세가 가능하다. 그런데 2023년말 기준 국내 5억원 초과 상장주식(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을 보유한 인원은 전체 투자자 1407만명의 1%인 14만명에 불과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렇게 금융상품별로, 또 소득의 원천별로 소득종류가 다르게 적용돼 중구난방식으로 과세되던 것을 금융투자소득으로 일원화해 과세형평성을 높이고, 투자종목별 수익과 손실을 통산하고 손실을 보았다면 이월해 소득금액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해, 금융자산 투자에 대한 조세 중립성과 금융세제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바로 금투소득세다.

결국, 금투소득세 폐지는 민생을 위한 조처가 아니라 오히려 현행 금융세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의 금투소득세 폐지는 투자자 반대에 휘말려 공매도를 폐지해 버린 탓에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고 있지 못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 윤석열 정권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금투소득세 도입과 패키지인 증권거래세 인하로 세수만 감소

한편, 금투소득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인하는 함께 추진되었는데 2020년말, 금투소득세가 시행되는 2023년까지 증권거래세율을 유가증권은 0.10%에서 0%로, 코스닥은 0.25%에서 0.15%로 0.10%p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말 금투소득세 시행 유예를 결정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 시점도 조정해 올해는 유가증권 0.03%, 코스닥은 0.18%까지 인하됐고, 내년에는 각각 0%, 0.15%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대로면 내년부터 우리나라 코스피시장은 거래세도 양도소득세도 없는 조세회피 공간이 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수는 2021년 10.3조원, 2022년 6.3조원, 2023년 6.1조원으로 4.2조원 감소했다. 예정처는 세율 인하에 따라 추가적으로 감소하는 증권거래세 규모 역시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금투소득세가 시행되면 2027년까지 4조원 가량의 세수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금투소득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는 상당한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지속적으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반복되는 세수결손이 발생해 안정적인 세입확보가 필요한 현재의 재정 환경에서 이는 결국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현행 금융세제의 문제점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유가증권 시장에 아무런 과세도 되지 않는 공백상태를 만드는 것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세수감소로 인해 서민들에게 줄 예산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산과세 형해화 동조한 민주당…‘3차 부자감세’ 어떻게 막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에 동조해놓고도 틈만 나면 정부·여당을 상대로 부자감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이상의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게 누구인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번번이 통과시켜 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합의로 어렵게 도입한 금투소득세까지 폐지하자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금투소득세 폐지를 선언해 주가조작으로 수입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세력에게 길을 열어주고, 국내주식을 수조원씩 운용하면서도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숙원을 해결해 주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3차 부자감세’에서 금투소득세 폐지는 일부일 뿐이란 점이다. 윤석열 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은 자산과세를 줄줄이 폐지·유예·완화하고 재벌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기업·대주주·부자감세안이다. ▲밸류업과 스케일업 중소·중견기업 가업상속공제 한도 2배(1200억원) 확대·기회발전특구 이전·창업기업 공제한도 폐지 등 가업상속공제 확대,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해당 지분의 평가액에 20%를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더 부과하는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통합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공제율 상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취득 과세특례 신설 등 재계 민원 해결을 위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

본격적인 2024년 세법개정안 심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민주당은 금투소득세를 내던졌다. 다음에는 무엇을 던질 것인가. 민생을 위한 ‘상속세’ 완화를 주장할 것인가. 과연 민주당에게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고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재벌부자감세를 막아내어 심화하는 불평등·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 등을 해결할 의지는 있나. 금투소득세 폐지 입장은 향후 새로운 세원 발굴의 물꼬를 막아버린다는 점에서, 정책 안정성과 지속성, 정치의 신뢰도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

결국 해법은 하나다. 민주당이 금투소득세 폐지 입장을 철회하고 예정대로 시행되기 위한 역할에 나서는 것이다. 그것이 민생 정당을 외치던 민주당이 할 일이다. 잘못된 것을 알고 멈추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정치의 책임이다. 민주당에 아직은 그러한 용기와 정치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