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채산성 악화 전망↑ 내년 경제 우려가 크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수출채산성 악화 전망↑ 내년 경제 우려가 크다 환율·보호무역 등 대응 시급

기사입력2024-12-24 00:00

어느 때보다 대외환경이 좋지 않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연말이다. 수출 제조업 국가인 한국은 대외환경 악화가 수출 위축으로 연결될 경우 경제 전반에 위기가 찾아온다.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는 대외환경에 수출 기업들의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내년 전망이 크게 악화된 것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경협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대부분은 2025년 수출이 올해보다 1.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의 이유 중에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39.7%)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관세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11.1%) 등은 경기가 좋은 시기에도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이 받는 악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출의 규모뿐만 아니라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문제다. 수출의 양적 부진과 더불어 질적 악화가 동반된다면 수출 기업들이 겪을 어려움이 더 커진다. 응답기업의 32.6%가 2025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에 비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개선될 것(20.6%)이란 전망보다 상당폭 높은 수준이었다.

채산성 악화 전망의 이유 역시 수출 감소 전망과 유사한 면이 있었지만 순위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46.9%)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수출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20.5%), 원자재 가격 상승(12.2%), 원화평가 절하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2.2%)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이같은 수출 부진이 2025년 연초부터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큰 이벤트는 1월 예정인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다. 출범 시작 직후부터 관세 부과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겠다고 트럼프 당선인이 수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기업들의 심리도 차갑게 식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인 무협 회원사 1010곳을 대상으로 11월말~12월초 사이 조사한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을 보면, 내년 1분기 수출전망은 96.1에 그쳤다.

올해 1분기 97.2에서 2분기 116.0까지 오른 EBSI는 3분기(108.4)와 4분기(103.4) 점차 하향세를 그리더니, 끝내 새해 1분기에는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서로 다른 기관이 다른 방식으로 한 조사지만, 내년 수출에 대한 전망이라 비슷한 점이 보인다. 무협의 EBSI 조사에서도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대상국 경기부진(15.2%) 등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는 10.9%였는데, 응답의 93% 가량이 12월 4일 이전에 제출돼 환율 변동성 응답이 과소 측정됐을 수 있다고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으며 변동성이 커졌다.

수출 기업들의 다양한 반응을 종합하면, 당장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등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이 시급하다. 또 환율안정을 비롯해 불확실성 관리도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한시바삐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고, 적극적인 수출지원책을 펼쳐야겠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예상을 초월한 불확실성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출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의 도약이 상당히 늦춰질 수 있는 그야말로 엄중한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