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진단 공시’ 확산됐지만 실효성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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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이사회 진단 공시’ 확산됐지만 실효성은 부족 신규 IPO기업에겐 시장평가 제대로 받을 기회

기사입력2025-09-09 00:00

현재 대형 상장사들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 2017넌 한국거래소의 자율공시로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기업이 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설명토록 하는 제도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내용은 G20과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 ESG기준원의 ESG 모범규준 등을 바탕으로 한국거래소가 핵심원칙 10개를 선별해 구성하고 있다.

시행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많은 대기업들이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지만, 외형적 성장에 비해 기업지배구조 공시의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이사회 역량 진단표(BSM)’ 공시를 들 수 있다. BSM은 이사회 구성, 역량, 다양성 정보를 표와 그래프로 시각화해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공시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CCG)가 8일 발표한 ‘기업지배기구 인사이트’ 제11호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코스피(KOSPI) 200 기업 70%는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BSM’를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작성·관리·활용까지 체계적으로 갖춘 기업은 26%에 불과했다. 딜로이트 그룹 보고서는 “대부분 기업이 BSM을 단순 참고자료 수준으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평가했다.

BSM의 작성·점검 주체, 전문성 기준, 검토 주기 등 구체적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한 기업은 14.9%, 성별 다양성 목표 비율까지 공개한 기업은 4.3%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아직 외형적 성장에 비해 공시의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보고서는 또한 쉐브론이나 GE 등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이사회 역량뿐만 아니라 장기 전략과 연계한 필요 역량, 다양성 정책, 이사회 재편 기준까지 투명하게 제시하는 점을 소개했다. 또 BSM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과제로 ▲실질적 활용방안 강화 ▲작성·관리체계 명확화 ▲기업전략과 연계한 필요 역량 반영 등을 제시했다.

BSM 공시가 당장에는 대기업들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BSM 공시가 포함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는 2019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화됐고, 2024년에는 자산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적용됐다.

하지만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의무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일본·영국·호주 등 주요국 거래소들이 이미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한 상황에서, 우리 증시 역시 신뢰성 확보를 위해 공시 제도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스피 상장사 모두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하는 시점에서는, 코스닥 상장사는 물론이고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마저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검증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압박이나 부담으로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반대로 BSM 운영을 제대로 하고 투명하게 공시하는 기업은 이사회의 구성 및 역량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BSM 등의 내실있는 공개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시장에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모범사례를 참고해 신규 이사 선임, 승계계획, 후보군 관리 등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BSM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딜로이트 그룹의 제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