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될 고향사랑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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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될 고향사랑기부금” 일본의 지역소멸 타개책 ‘고향납세 제도’ 전략 참조할 만

기사입력2025-03-2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향사랑기부제’와 ‘관계인구’ 개념이 결합될 때 도시와 농촌 간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고, 폭넓은 경제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윤건영·한병도 의원 등이 최근 개최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국제포럼’에서 일본의 지역경제 전략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고향납세 및 관계인구를 활용한 지역경제 전략을 참고해 지역소멸 위기 대응 등 우리사회에 맞게 활용해 볼만 하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경제는 인구감소, 소비구조 변화, 대기업·온라인 유통망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지역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2020년 수도권 인구비중이 비수도권 인구비중을 처음으로 역전한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총 86조원의 세수 부족 사태를 초래했고, 이는 2023년 지방교부세 7조2000억원 삭감, 2024년 지방교부세 및 교육재정교부금 6조5000억원 임의 삭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호언장담과 다르게 지방소멸 시대를 만드는데 일조한 셈이다.

◇지역소멸 타개책…고향납세제 시행=일본은 1990년대부터 지방인구 감소, 고령화, 산업공동화로 빈집 등이 무질서하게 대량으로 발생하고, 생활행정서비스와 사회인프라를 유지하기 곤란한 정도인 스폰지화 현상이 나타났다. 도쿄 등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며, 지역경제가 축소되고 지역기업은 소멸위기를 맞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같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본에서는 2008년 ‘고향납세 제도’가 실시됐다. 고향납세 제도는 기부자가 고향납세 지자체를 지정해 민간 플랫폼을 통해 기부를 하는 제도다. 이때 답례품을 받거나 무답례로 기부도 가능하며 연말정산에 세액감면을 받을 수 있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지자체 재정에 기부금 항목으로 수령을 하고 의료, 복지, 고령자 지원, 육아, 교육, 지역진흥, 관광촉진, 환경보호, 재해대책, 문화·스포츠진흥, 유기견 보호, 빈집대책, 이주촉진 등에 활용한다. 정부는 고향납세 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답례품을 활용한 지역산업 활성화=고향납세 제도의 성과는 답례품에 의한 지역경제 공헌으로 먼저 나타났다. 답례품은 주로 지역특산물이다. 지역공무원과 지역주민들이 답례품과 지역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협력한다. 지역특산물이나 지역체험 제공 등의 답례품을 통해 지역산업이 활성화되고 지역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며, 고용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야자키현의 미야코노조시는 미야자키 소고기와 소주를 답례품으로 개발해 전국적인 붐을 형성했으며, 2015년에는 전국 최초로 고향납세 기부금 100억엔 이상을 모집하면서 지역경제에 공헌했다. 답례품으로 스키장이용권을 제공한 나가노현 이야마시는 다른 지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고, 고향납세 예산으로 스키장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자체는 고향납세 기부에 따른 자주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죠시는 기부금을 시내 학교 교육, 육아 지원에 사용하면서 지역주민 만족도가 향상되고, 외부로부터의 이주도 촉진됐다. 사가현의 가미미네쵸시는 기부금으로 초중학교 설비를 개선하고 급식비 보조를 실시했다. 또, 보육원과 유치원 환경을 개선해 육아세대의 정주를 촉진시켰고, ‘육아에 좋은 마을’로 브랜딩에 성공했다.

◇기부자와 지속적 관계 ‘관계인구’ 육성=관계인구의 확대 또한 고향납세 제도의 성과로 꼽힌다. 관계인구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특정 지역과 정기적·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이들을 말한다. 고향납세 기부자를 지역 축제나 커뮤니티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지지자로 만드는 것이 관계인구 육성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윤건영·한병도 의원 등은 지난 17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고치현의 유스하라쵸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목조주택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했다. DIY 체험, 통나무집 숙박 등을 제공하면서, 이 지역을 다시 찾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도시의 젊은층이 많이 참가해 유스하라쵸를 2거점 거주지로 삼거나 이주하는 사례도 많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산림요가 티켓은 답례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다.

2008년 81억엔(약 788억원), 세입의 0.018%에 불과했던 일본의 고향납세 기부금은 2023년에는 1조1175억엔, 세입의 1.49% 비중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고향사랑기부금이 처음 시작된 2023년 650억원의 성과가 있었고 세입의 0.016%를 차지했다. 2년 차인 2024년에는 기부금 총액인 879억3000만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이찬우 연구원은 향후 한국에서도 기부금 규모가 커져 세입의 1% 정도가 된다면, 4조원의 고향사랑기부금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세입의 1~1.5% 규모의 고향사랑기부금 정도면, 지방문제 해결에 충분한 재정 규모는 아니지만, 기폭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지역경제 전략은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각종 법제도를 정비해 지역활성화에 임하고 있으며, 그 기본은 지자체의 주도성이라고 강조했다. 고향납세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상품과 사람의 환류를 일으키는 촉진자 역할을 하며, 지방경제의 활성화 재생, 인구감소 억제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특히 지역문제 해결과정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자체의 자치능력 제고를 유도하는 구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