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인구 변화, 식량 위기…해답은 ‘애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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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기후·인구 변화, 식량 위기…해답은 ‘애그테크’ 첨단기술로 농업 혁신…기업의 신성장 기회로도 주목

기사입력2025-04-12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후와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식량안보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첨단 농업기술 ‘애그테크(Agtech)’가 부상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애그테크로 싹 틔우는 식량 안보’를 통해, 애그테크가 농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식량 위기를 해결할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식량 위기=유엔경제사회국(UNDESA)이 발표한 ‘2024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2024년 89억명에서 2084년 102억9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식량 수요는 급증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농지 파괴 등으로 농산물 생산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식량 안보의 중요성은 에너지 안보와 동등한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위기를 가중시켰다.

한국 또한 식량 자급률이 낮아,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곡물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9%가 식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고 11명 중 1명 꼴인 7억57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는 등 기본적인 건강유지를 위한 음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애그테크는 급변하는 기후와 인구구조 속에서 식량 생산효율을 높이고, 자원 사용을 최적화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그테크는 농업에 ICT·AI·로봇·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농업 전반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이며, 생산부터 유통, 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체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애그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91억 달러(약 12조원)에서 2025년 226억 달러(약 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로봇 농기계 시장 규모는 2025년 8억3000만 달러에서 2030년 22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 애그테크 육성에 박차=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정부 주도의 정책 지원과 민간 기술혁신을 통해 애그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은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지원과 민간 주도의 투자를 통해 애그테크 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애그테크 산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농업 혁신 어젠다’ 발표를 통해 2050년까지 농업 생산성을 40% 향상하고 환경 영향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민간 부분에서는 AI기술과 로봇이 접목된 최첨단 농기계가 적은 인적 자원 투입과 낮은 오류율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애그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농기계 업체들은 인수·합병과 기술 제휴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농업에 대한 생산성 중심의 성장 전략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2012년부터 ‘농업 생산성 및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유럽 혁신 파트너십(EIP-AGRI)’ 을 구성하고 농민, 연구원,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하는 스마트농업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노동력 부족 해결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애그테크 산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농촌경제 활성화와 농촌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농업의 스마트화를 국가 중점 과제로 지정했다. 일본은 농업에서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농림수산성 주도로 데이터 공유 및 활용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2030년 달성을 목표로 ‘농업 디지털 전환(DX) 구상안’을 발표하고 신기술을 도입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은 선도국가와 대비해 영세한 형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기술은 2022년 기준 최고 기술국인 EU 대비 77.5%로 4년의 기술격차를 보인다. 영세한 환경에서도 국내 스타트업들은 애그테크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ES2025에서는 농식품 기술 분야에서 혁신상 11개 중 8개를 한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수상 기업 절반 이상이 AI를 활용한 기술을 선보였다.

◇정책적 지원·파트너십 구축이 열쇠=보고서는 애그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농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과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 농가에서는 애그테크 도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과도한 초기 시설비와 운영비(64.8%)를 꼽았고,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및 지원 확대(60%)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스마트농업 기술개발 및 보급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세제 혜택 제공,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기업은 ▲스타트업·대학·연구소와 협업 ▲글로벌 파트너십 ▲M&A·합작투자 등을 통해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ESG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농법, 지역사회 기여,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데 애그테크를 접목할 수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