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기도 오기도 하는 것…시간 속 길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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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시간은 가기도 오기도 하는 것…시간 속 길위 풍경 [그림을 읽다:Artist] (87)김이슬 작가 ‘붓들고 세계순례여행’㊦

기사입력2018-09-19 12:15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영주 부석사 언言’, 한지에 채색, 80.3x53cm, 2016

김이슬 화가의 그림전에 부침

내가 기쁘면 시간도 춤을 추고

내가 슬프면 시간도 눈물 흘리네

내가 살아 있는 그만큼만

시간은 내게 와서 꽃으로 피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흐르고 또 흐르면서

내가 살아 있는 그만큼만

시간은 생명이 되네

물 속에 달 속에 내 맘 속에

고요히 잠겨 있어도 움직이는 시간들…

흰 옷 입은 사제처럼 시간은

새벽마다 신의 이름으로

우주를 축성하네

시간은 가기도 하지만 오기도 하는 것임을

나는 다시 생각해 보네

오늘도 그 안에 새로이 태어나네…(이해인의 ‘시간에 대한 단상’ 중)

언젠가 시간에 대한 묵상을 위와 같이 노래 해 본적이 있습니다. 문학, 음악, 미술 작업 모두가 시간 속에 태어난 아름다운 꽃이고 열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수한 점과 선이 모여서 탄생된 그림을 보면 항상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곤 합니다. 무형의 언어인 그림을 멋지게 빚어내는 이 땅의 화가들을 나는 늘 존경하고 부러워합니다.

김이슬 화가가 곳곳을 여행하며 사계절의 시간 속에 그려낸 길 위의 풍경들은 우리가 그 곳에 안 가고도 이미 가 본듯한 착각을 느낄만큼 생생하고 정겹게 살아옵니다. 인생여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희노애락이 따뜻한 빛깔로 숨쉬며 살아 있습니다.

‘이화원’ 순지에 채색, 72.7x116.7cm, 2018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여러 종류의 성화도 마찬가지여서 성령, 예수님, 성모님, 성요셉, 동방박사, 천사들 등등 모든 성서적인 인물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을 봅니다. 수난의 슬픔과 죽음의 비극조차도 어둡고 칙칙한 빛이 아닌 생명지향적인 빛깔로 나타나는 것은 작가가 추구하는 긍정적인 생명관과 희망의 메시지로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수차례의 전시와 화단의 평가를 통하여 탁월한 역량을 입증받은 바 있는 김이슬 화가가 앞으로도 더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작업을 통해 일상의 삶 또한 더 순수하고 거룩하게 정화되는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이해인 수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