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과 소멸을 향하지만 이는 순간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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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삶은 죽음과 소멸을 향하지만 이는 순간의 연속 [그림을 읽다:Artist] (89)생명의 변주 이혜성 작가㊤

기사입력2018-11-27 12:18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내 작업의 주된 소재는 이름 모를 꽃(Nameless Flowers), 마른 풀, 시든 꽃다발, 낙엽, 곰팡이 등 부스러기들의 모음들로써 약 7년간 수집해 놓은 식물들을 대상으로 한다.

‘Eternality’ 작품에서 보여지듯, 그것들이 한데 널브러진 모호한 형상을 화면에 담아내는데 그 중에는 갓 수집해 싱그러운 푸른색을 띠고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이 흘러 벌레 먹고 시들어 진물이 흐르거나 빳빳하게 메마른, 죽은 식물들이 혼재되어 있다.

싱싱한 식물과 함께 곧 썩어 없어질 식물들이 혼재되어있는 모습을 하나의 화면에 담을 때면 형과 색이 제 각각이고, 질적으로 모두 다른 시간성을 띠게 된다. 이는 내가 경험하고 시각적으로 체득한 시간성을 내포하며, 시간의 흐름을 표상하는 내용으로서의 시간을 담아낸다.

‘Eternality1-1’, 112x162cm, oil on canvas, 2016

그리고 회화에서의 시간성은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몸짓 또는 손짓)가 축적되어 나타나는 시간의 결과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특정 대상을 재현해 그리기보다는 ‘그리기’ 자체에 천착했고, 해체되고 흩뜨려진 대상들을 화면 가득하게 그릴 때, 유화물감을 두껍게 쌓아가며 그리는 사용방식보다는 머리카락과 같이 얇은 세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터치를 쌓아간다.

세필로 화폭을 가득 채우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을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을 잊게 되기도 하고, 그 반복 과정은 일종의 수행과도 같아서 그것은 시간을 초월하는 경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 그것이 화면 전체를 채울 때면 ‘Paradise Dry’ 작품처럼 결국에는 형상을 명확히 알아볼 수 없는 반추상의 형식이 만들어지며, 최종적으로 형성되는 화면은 숲이나 산세를 그린 산수화와 유사해 보인다.

식물이나 인간의 삶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늘 죽음과 소멸로 향하고 있지만 이는 여러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상태변화를 거친다. 나의 작업은 다양한 상태변화를 거치는 식물의 찰나의 모습들을 여러 장면으로 나누어 그리기도 하고 연결되게 그리기도 하며 내용으로서의 시간과 행위로서의 시간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한다.

죽음 혹은 소멸이라는 상태는 그것의 전제인 삶의 다양한 여러 순간들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여러 회화적 과정들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결과물이 존재하는 회화를 나는 앞으로도 더 깊이 연구해보고자 한다.(작가노트)

Artist Profile-이혜성

학력

2017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2014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8 The Breath of Life, 세움 아트스페이스(서울문화재단 후원 전시)

2017 Lost Paradise, 갤러리 이마주 초대전

2016 Eternallife, 신한 갤러리 광화문, 신한은행

단체전

2017 단원미술제 선정작가 해외전, 시즈오카시청 시민갤러리, 일본

2017 이랜드 문화재단 뉴센세이션2, 이랜드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