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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자사고…1% 학생 모아 1% 대학에 보내는 교육
교육이 부·가난은 물론 신분까지도 대물림하는 수단·특권이 됐다
- 기사입력2019-07-26 12:5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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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 등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전주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실시한 자사고 재지정 심사결과, 기준점인 80점을 넘기지 못한 79.77점을 받았다.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한다. 성산고만이 아니다. 이번에 교육부 심사대상에 오른 군산 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 외에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정취소 결정 통보를 받은 학교만 8곳이다.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잇따르자 학교와 재단은 물론 학생,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다. 지정취소 결정에 잘못됐다며 집단시위를 벌였다. 자사고 교장단은 교육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법원을 통해 구제받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그러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반발하는 이들에 대한 국민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7월19일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51.0%)이 ‘반대한다’는 응답(37.4%)보다 13.6%p나 많았다.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사고 취소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둘러싼 이번 갈등이 없었더라도, 자사고·특목고 존치 여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자사고·특목고가 교육의 다양성이란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을 하기 보다는 유명대학 입학을 보장하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자사고·특목고만이 가진 학생 우선선발권이 일반고를 황폐화시켰고, 고교 서열화 또한 심화시켰다. 자사고·특목고를 이 상태로 방치해서는 보편교육의 틀을 유지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육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구를 받는 시기”라고 단언하고, 일반고 역량 강화방안을 마련했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사실 자사고·특목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면 그렇게 시비할 게 못된다. 그러나 전주성산고에는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몰렸다. 서울의 유명 외고의 경우에도, 졸업생 대부분이 외국어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SKY 대학 간판을 따라갔다. 또다른 특수목적고인 과학고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외국어·과학에 대한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상위권 학생들을 모아 SKY나 의대진학률을 높이는 교육. 이게 현재 우선선발권이란 특권을 가진 자사고·특목고가 하는 교육이다. 일반고의 보편교육 위에 올라선 특별교육이다. 교육기회 평등권을 침해하고, 학생 상호간 박탈감·위화감을 가중시키는 학교단위 우열반 편성이다.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교육부의 동의를 거쳐도, 지금의 갈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학교들은 법정소송으로 다툴 게 불 보듯 명확하다. 자사고 학생을 가진 학부모, 자식을 자사고에 보내려는 학부모까지 가세해 오랜 시간에 걸쳐 더 큰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여론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자사고 갈등을 교육청이나 교육부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점수의 공정성 여부를 넘어, 자사고·특목고 존부 자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한다.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이유도 공정한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교육이 부와 가난은 물론 신분까지도 대물림하도록 하는 수단이자 특권이 됐다. 특수 목적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게 운영하면 되고, 자율성은 교육 당국과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일이다. 1% 학생들을 모아서 1%의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고등학교. 자립형 사립고·특수목적고가 아니라 특별 고등학교일 뿐이다.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