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맛과 기술로 글로벌 ‘입맛’을 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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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K-라면’…맛과 기술로 글로벌 ‘입맛’을 당기다 세계인 울린 ‘K-라면’의 매력…대한민국 라면 박람회

기사입력2025-04-11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K-라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인기다. ©중기이코노미

“평소에 신라면을 좋아해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항상 먹어보거든요. 그런데 치킨 베이스의 신라면은 한국에서 팔지 않아 여기서 처음 먹어봐요. 먹어 보니 신라면 특유의 칼칼함이 살아 있어 맛있어요. 출시되면 쟁여놓고 먹을 것 같아요.”

지난 4일부터 3일간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라면 박람회’의 한 라면 시식코너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20대 중반의 한 청년이 수출 전용 라면을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전시회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로 길게 늘어선 시식코너는 국내 라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라면은 K-푸드의 인기를 타고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7.3% 증가하며 여전히 부동의 인기를 지키고 있다. K-라면의 알싸하면서도 기분 좋은 매콤한 맛이 세계적으로 매운맛을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K-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라면 조리기 및 자판기, 냄비 등 라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다양한 부대 제품 역시 글로벌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150여곳의 라면 관련 업체가 참여한 라면 박람회를 찾아 라면, 조리기기, 설비 및 자재 업체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관람객이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이게 빠지면 서운하지”…해외시장을 사로 잡은 라면과 김치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농심, 삼양, 오뚜기, 팔도 등 라면 4대장으로 불리는 회사의 팝업 스토어를 둘러싼 관람객들의 긴 행렬이다.

그중에서도 ‘신라면의 글로벌 스토리’를 주제로 한 시식존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다양한 신라면을 전시한 곳을 보면서 수출국마다 다르게 디자인된 특색 있는 패키지와 맛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작년에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이미 검증된 맛이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수출 전용 제품인 신라면 치킨은 새로운 맛이라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맛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신라면은 소고기 베이스의 매콤, 감칠맛이 매력이라면, 신라면 치킨은 닭 베이스로 치킨 스톡처럼 칼칼하면서도 매콤함이 살아 있는 제품”이라며, “사람들이 맛을 보고 난 뒤, 입에 착 감기는 맛이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농심에서 수출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라면 패키지 모습 ©중기이코노미

K-라면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전부터 라면은 꾸준히 해외사장에서 판매되던 인기 상품이었다.

그 중, 미고랭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라면은 국내에서도 인기다.

한미무역 김재민 대리는 “현재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고랭 라면을 들고나왔다”며, “인도네시아 라면이라고 하면,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취향 저격하는 볶음면”이라고 자신했다.

이곳의 부스는 주로 20대의 젊은 층이 관심을 보였는데, 26살의 한 남성 관람객은 “원래 끓여 먹는 봉지라면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신라면과 진라면을 즐겨 먹는다”며, “인도네시아 라면은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유튜버가 이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가게 됐다. 또, 이전에 인도네시아에 여행 가서 이런 볶음류를 많이 먹었는데, 그것과 맛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일부러 찾아온 것도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미무역에서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인도네이사 라면 ©중기이코노미

라면을 먹을 때 항상 상 위에 오르는 반찬은 김치다. 그런데도, 최근 국내에서 김치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김치협회는 김치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라면 박람회에 참가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김치은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먹어줘야 성인이 돼서도 소비가 이뤄지는데,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먹거리가 많아지다 보니 김치가 잊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김치를 젊은 층에 많이 알리기 위해 김치 체험행사를 함께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치협회에서 시간대별로 하루에 10번의 체험행사를 진행했는데,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부터 연인, 친구와 함께 온 관람객들로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대한민국김치협회에서 마련한 김치 체험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김치를 만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김치 판매량으로 놓고 봤을 때, 국내에서는 김치 소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단, 글로벌적으로는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김치은 회장은 “일본 시장을 예로 들면, 매년 5~10%씩 성장하고 있다. 조금 전에도 일본 바이어가 왔다 갔는데, 현지에서는 김치 물량이 딸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외국인들은 김치를 기능성 음식으로 생각해 먹고 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점점 김치 문화가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김치업계 특성상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판로개척은 김치협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작년에 김치 가공업체, 제조업체 등 회원사들과 함께 사계담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다시 우리나라에도 김치 호황기가 찾아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부스 전경 ©중기이코노미

“라면은 끓이는 기술도 중요”…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조리기

K-드라마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급상승한 음식문화는 한강 라면이다. 돗자리를 펴고 한강에서 먹는 라면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일부러 한국 여행을 하는 외국인이 있을 정도다.

피스월드(Peace World) 김상우 본부장은 “라면은 먹는 사람에 따라 기호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물의 양이 많은 라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쫄깃한 면발의 덜 익은 라면을 좋아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비자가 선택해서 자기의 기호에 맞춰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세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피스월드의 라면 조리기 ©중기이코노미

김 본부장은 특히, 조리기 하나로 라면뿐만 아니라, 떡볶이, 찌개류부터 솥 밥까지 해 먹을 수 있어 1인 가정에 최적화돼 있다고 했다. 전원을 끄지 않아도 조명에 따라 전원이 꺼져 전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대로, 사람이 집에 들어가서 조명을 켜면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대기모드가 된다.

이 제품은 피스월드와 거래하고 있던 미국 바이어의 요청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요즘에 한강 라면이 뜨다 보니, K-푸드를 좋아하는 미국 현지인을 위해 한강 라면 기계를 만들어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우리는 이전에 갖고 있는 기술에 주방과 이질감이 없는 디자인을 추가해 100%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고 뿌듯해했다.

라면은 양은 냄비에 끓여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용기에 진심인 사람들도 꽤 많다. 이에 라면 전용 용기를 만드는 회사도 대거 등장했다.

가스레인지 전용 냄비를 들고나온 지은엘티 이주식 대표는 “일반 냄비의 경우, 바닥 면을 가열하는 게 아닌 주로 측면을 가열하게 된다. 스파게티 면의 경우에는 면 자체가 돌아가면서 끓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라면은 딱딱한 고형의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처음 2~3분 동안 주변만 익고, 안쪽은 잘 안 익는다. 즉, 그동안 물에 붇고 있다는 뜻”이라며, 분식집에서 라면을 요리할 때 면발을 높이 들며 휘젓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며, “이 냄비는 안쪽이 오목하게 디자인돼 있어 가스불이 바닥 전체에 회오리치며 머물다 발산돼 열효율이 높아 라면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빨리 익혀준다. 끓일 때 바닥의 기포가 전체적으로 형성되는 게 그 증거”라며, “제품이 나온 지 1년 6개월 정도 됐는데 국내 최대 오픈마켓에서 인기 상품일 정도로 잘 팔린다. 특히 지방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이 인기를 발판으로 4월 안에 세라믹 냄비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쓰리브로컴퍼니는 젖병을 만드는 PP 소재의 용기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김대현 프로는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 미국 FDA 승인을 받고 국내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아마존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며, “면과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5~7분만 돌리면 라면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불을 켜지 않아도 되니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특히 좋아하고, 여름에 덥게 요리할 필요도 없고, 따로 냄비를 꺼내지 않아도 돼 젊은 층에서도 인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보통 시중에 나와 있는 일회용 용기는 동남아시아 라면 사이즈에 맞춰져 있어 우리나라 라면을 요리하기에 작다. 하지만, 이 라면은 국내 라면 사이즈에 정확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최근 무인 라면 카페가 생기면서 라면 자판기 또한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제품이다. 18년간 자판기 전문회사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동서테크는 급변하는 무인 시장에 맞춰 최근 IoT 기반의 라면 자판기를 개발해 출시했다. 특히, 무인 라면 카페를 창업하기 원하는 고객이 자유롭게 기계를 구매해 쓸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기계만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손수현 차장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판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금액, 라면 이름 등을 모두 원격으로 변경할 수 있고, 업데이트 또한 무선으로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굳이 매장에 가서 기계를 건드리지 않아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고 사장님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자판기 업계에도 중국산이 너무 많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순수 MADE IN KOREA”라며, “미국, 멕시코, 러시아, 슬로베니아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