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정기업 심사도 강화…잇따른 ‘IPO’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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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상장예정기업 심사도 강화…잇따른 ‘IPO’ 손질 ‘뻥튀기’ 상장 차단…상장 직후 주가급락에 금융당국 움직인다

기사입력2025-05-05 00:00

금융당국이 지난 3월 IPO(기업공개) 예정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1월 금융당국이 IPO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2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중점 점검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내리 3개월 연속으로 각종 IPO 제도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2025년도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업무 운영계획을 확정하면서, 상장 예정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무제표 심사제도는 회계오류의 신속한 정정을 통해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높일 목적으로 2019년 4월부터 도입됐다.

방법은 현장방문 없이, 공시된 재무제표의 특이사항을 분석해 회계기준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필수 기재사항 등이 충실·명료하게 기재됐는지 심사한다. 이후 경미한 회계위반(과실 등)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의 주의·경고 조치 등으로 종결해 신속한 수정공시를 유도한다. 중대한 위반(고의·중과실)이 발견되면, ‘감리’로 전환한다.

특히 상장사뿐만 아니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제무재표 심사의 대상이 된다.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전까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등을 적용받지만, 상장 이후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받는 등 회계투명성 확보 책임이 강화되는데, 감리집행기관이 상장 준비와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재무제표 심사·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는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담당한다. 감리집행기관인 공인회계사회는 재무제표 심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자산규모 위주의 기존 표본 선정방식을 개선해 ‘회계분식 위험도’를 새로운 표본 선정기준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회계분식 위험도는 기업의 주요 재무지표(영업활동현금흐름, 비영업용자산 비율 등)를 과거 위반기업·부실기업 등과 비교해 산출하며, 회계분식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심사와 감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회계분식 위험도를 표본 선정기준에 이미 반영하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재무제표 심사·감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제출하지 않더라도 자산 1조원 이상인 기업은 금감원의 심사 대상이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자산 1조원 미만인 기업은 공인회계사회로부터 심사와 감리를 받는다.

이번 심사강화로 인해 금감원은 자산 5000억원 이상의 기업까지 심사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공인회계사회는 앞으로 자산 5000억원 미만의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을 심사하게 된다. 증선위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표본 선정기준 강화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심사 건수 등이 증가하는 만큼, 금융감독원의 심사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인회계사회의 재무제표 심사대상 선정기준이 강화되고, 금감원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받는 상장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 경험·역량이 축적돼 있는 만큼, 엄정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뻥튀기’ 상장 논란에, 증권사까지 집중 점검한다

IPO 예정기업에 대한 심사 강화조치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금융당국이 IPO 주관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1월 IPO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2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중점 점검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3월에는 IPO(기업공개) 예정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잇따라 각종 IPO 제도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금감원은 올해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IPO 등 주관업무 수행과정에서 증권사의 이익을 우선하고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고객과의 정보비대칭 등을 악용해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적발 시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 사이에는 IPO를 주관하는 1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총 20개 항목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점검도 진행했다. 내부통제기준, 공모가 산정기준, 대표주관계약 해지수수료, 인수업무조서 등이 점검 대상이었다.

금감원은 점검결과, 모든 점검대상 회사가 제도개선에 따라 주관업무 관련 내부통제기준, 공모가 산정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 미흡사항이 발견됐다며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관투자자에 대한 배정기준의 경우 인수업무규정 또는 대표주관업무 모범규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추상적으로 기재한 점이 지적됐다. 공모가 산정 내부기준에 대해서는, 금투협의 공모가 결정기준 및 절차 예시에 추상적으로 기재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이처럼 IPO에서 증권사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실권주 인수 등으로 보유한 주식을 상장 직후 대량 매도하는 행위”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금융위가 내놓은 IPO 개선방안에도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관사 의무보유 강화에, 위반시 제재 수위도 높여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상장에 앞서 해당 기업에 미리 투자를 하고 지분을 취득한 경우, 상장 후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의 급변동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자본시장법은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상장일로부터 2년 이내 취득한 경우 30일 이내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 적용된다.

코스닥 시장은 완화된 상장요건 등을 고려해 “6개월 이내 취득+가격괴리율이 큰 경우”에는 보다 강화된 의무를 적용한다. 지분 취득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한 경우를 대상으로, 공모가가 사전취득가에 비해 50% 이상 높을 때는 주식을 6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한다. 가격 차가 50% 미만인 경우에는 의무보유기간이 1개월로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가격괴리율 기준과 의무보유기간 등이 다소 느슨해 책임성 확보 효과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가격괴리율 기준이 30%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분 취득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한 경우를 대상으로, 공모가가 사전취득가보다 30% 이상이면 의무보유 6개월을 적용한다. 30% 미만일 때는 3개월간 의무보유 해야 한다.

의무보유는 주관 증권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IPO 시 공모주를 배정받는 기관투자자들도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 결과 주가급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은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해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일이 잦다. 게다가 2024년 IPO 77개 종목 중 74개(약 96%)에서 상장일에 기관투자자는 순매도를 한 것이다. 기관투자자에게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기대하며 공모주를 배정했는데, 현실은 단기차익을 노리며 상장 첫날에 매도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도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위반이나 대금 미납입 등에 대해 수요예측 참여제한 등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제한 대신 제재금으로 대체할 수 있기도 하고, 심지어 제재금을 면제할 수도 있는데다 감경기준이 계량화 되지 않아 재량이 큰 반면 실효성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감경기준을 명확히 계량화하고, 감경 후 최종 제재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제재금으로 갈음하도록 했다. 위반건 중 예외적인 10~20%를 제외하고는 참여제한이 부과되도록 세부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대와 수요예측 참여자격 강화, 주관사 관련 규제 강화 등이 상반기 중 각종 규정 개정을 통해 마무리되면, 올해 7월부터는 IPO 관련 규제 강화가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