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이용자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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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플랫폼 이용자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공정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기업 불공정 행위를 막을 규제 도입

기사입력2025-05-29 12:00

이연주 객원 기자 (yologolo@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

지난 5월 12일, ‘배달의민족 수수료 문제 진짜 끝장내자’ 농성단(이하 농성단)은 24시간 농성행동을 잠정 중단했다. 농성단의 24시간 농성행동은 지난 2월 12일부터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입점업체 중개수수료 인하 ▲무료배달 비용 전가 금지 ▲울트라콜 폐지에 따른 입점업체 광고 선택권 중단 등의 논의를 위한 ‘사회적대화기구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배달의민족 ‘상생협의’ 참여…그런데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은 농성 90일 만에 농성단의 요구에 따라 사회적대화기구에 참여했다. 그러나 사회적대화는 ‘시작의 시작’일 뿐이다. 농성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 과정에서 일부 대화를 시작한 와중에도,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 정액형 수수료 폐지’, ‘포장수수료 6.8% 부과’ 등 입점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에서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배달의민족은 소비자, 시민사회, 입점업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4일 포장 수수료 6.8% 부과를 강행했다. 현재 배달앱 매출 상위 35% 구간의 중개수수료는 7.8%인데, 상위 구간 수수료와 포장 수수료의 차이는 1%p 뿐이다. 기존의 중개수수료, 배달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농성이 이어지는 마당에 포장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악수를 두었다. 이에 농성단은 당초 내걸었던 ‘중개수수료 인하 및 무료배달 비용 전가 금지’ 요구에 이어 ‘포장 수수료 인하’ 및 ‘정액형 광고상품 선택권 보장’까지 포함하게 됐다.

배달앱 시장에서 57%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의 사회적대화는 이제 시작됐다. 하지만, 사회적대화가 필요한 것은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물론 쿠팡이츠도 또다른 사회적대화기구에 참여 중이다). 쿠팡이츠는 포장 수수료 6.8% 부과를 유예한 대신, 지난 5월 2일 ‘중개이용료 절약형 요금제’를 발표했다. 해당 요금제는 기존 7.8%의 중개이용료를 5.5%로 낮추고 배달비 전액을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자세한 배달비용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3400원 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배달비용을 기존보다 600원만 올려 4000원으로 책정해도 오히려 배달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쿠팡이츠와의 사회적대화기구는 이미 지난 2월 19일 출범했지만, 배달비용 인하 및 라이더노동자 처우개선과 같은 주요 요구에 대해서 대부분 응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돌연 위의 요금제를 발표하며 ‘선택은 업주의 몫’이라며 상생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쿠팡의 ‘시장 흔들기’, 이제는 OTT 시장으로 가나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용자뿐만 아니라 시장질서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산업을 변화시켜 나갈 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이용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매출 4조3226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08억원으로 전년대비 8.4% 감소했다. 쿠팡이츠의 영업매출은 1조8819억원으로 전년대비 137.5% 증가,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보다 181.8% 증가했다. ‘무료배달’ 경쟁을 통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둘 다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지만, 쿠팡이츠만이 그 재미를 보고, 배달의민족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고전하는 셈이다.

쿠팡이츠가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료배달로 인한 손실을 와우회원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만회하는 ‘교차보조 전략’을 채택하고, 무료배달 비용을 입점업체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이런 전략은 택배 배송, 음식 배달, OTT 등 여러 서비스를 묶어 쿠팡 ‘와우 멤버십’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끼워팔기’에 기인한다. ‘끼워팔기’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자신의 상품을 공급하면서 부당하게 다른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각각 음식 배달, OTT 서비스 내에서 단독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쿠팡’의 강력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경쟁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쿠팡이 ‘끼워팔기’를 통해 기업 성장을 이루자,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티빙과의 제휴 종료 후,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서비스를 4900원에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5월 9일,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제를 기존 월 5500원에서 7000원으로, 베이직 요금제를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구독을 하지 않는 소비자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배달의민족 또한 6월부터 ‘티빙’과 제휴를 맺어 ‘배민클럽’ 회원 대상으로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3개월 간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각각의 서비스 요금은 1~2년 단위로 꾸준히 인상되는데, 결합 상품 멤버십 요금은 다양하게 늘어나 결국 각 시장의 거대 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 확보에 더욱 유리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갑질 어떻게 막을 것인가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용자뿐만 아니라 시장질서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산업을 변화시켜 나갈 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이용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1대 대선 후보자들의 독점 플랫폼 규제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5월 22일, 참여연대는 중소상인·자영업자, 소비자, 노동자,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주최로 21대 대선 후보자 캠프 초청 플랫폼 이용자 집담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선대위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선대위의 정책 관련자들이 참여해, 각 당의 플랫폼 규제 공약을 발표하고 질의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는 현재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독점 및 불공정 행위 규제 관련 법안 발의 현황을 소개하며, 시행령을 통한 중개수수료 상한 설정, 영세 소상공인에게 우대수수료 적용에 대한 제도 개선 추진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선대위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및 근로기준법 등 적용, 노동자 알권리 강화 ▲플랫폼 기업의 독점·불공정 문제 근절을 위한 ‘쿠팡 방지법’ 추진 및 노동자 입점업체의 협상권 강화 ▲배달앱 중개수수료 상한제 ▲소비자 권리 침해 문제에 대한 기업의 법적 책임 강화 및 개인정보 엄격 관리 등의 공약을 소개했다. 그러나 배달앱 총수수료 상한제 공약의 구체적 수치와 포함되는 영역에 대한 문의에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배달앱 총 수수료가 20~30%에 달하는 점에 대해 ‘영세상인의 경우 공공배달앱 수준의 수수료 부담 방향’을 추진할 예정이라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5월 28일 공약집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약속했다. 해당 플랫폼 규제 관련 공약에는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시장공정화법 도입 ▲국내·외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 및 독과점에 따른 폐해 방지법 도입 ▲일정 기준 이상 플랫폼 기업의 국내 발생 매출액 신고 의무개선 ▲점주·수탁사업자·온라인 입점업자 협상력 강화 ▲배달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 및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의 공약이 포함되어 있다.

산업구조 변화의 시기 속에서 민생의 위기는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과제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약관 변경’ 등 공정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기업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유권자로서 플랫폼 이용자와 노동자의 권리 강화 및 보호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며, 후보자들의 공약을 끝까지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