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한성숙·최휘영 장관 후보자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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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배경훈·한성숙·최휘영 장관 후보자께 보냅니다 대기업 출신 후보자…‘공정한 성장’ 이룰 수 있도록 역할 해주길

기사입력2025-07-16 17: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주호라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1994년 창립 이후 권력감시와 대안제시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특히 제가 몸담은 민생희망본부는 통신공공성 강화와 가계통신비 인하, 공정경제와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멀게는 시티폰 기본료 환불 운동,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운동부터 이동통신 원가공개 소송, 5G 불통사태 소비자 분쟁조정, 5G 부실인가 공익감사청구, KT아현국사 화재 피해 소상공인 보상 지원, SKT 유심 개인정보 유출사태 소비자 분쟁조정 등 통신공공성 강화와 통신비 인하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경제와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서도 대기업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도심 진출 규제를 위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활동,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대리점 갑질 문제대응, 미스터피자 치즈통행세 문제 등 가맹점 불공정 문제,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법 개정 운동, 코로나19 시기 손실보상법 제정 촉구 활동은 물론, 최근에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 조작과 경쟁사업자 콜차단 사건, 쿠팡 알고리즘 조작 사건, 알리 테무의 불공정한 약관 공정위 신고 등 플랫폼 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줄곧 세 분 후보자가 몸담았던 대기업들의 반대 편에 서 있었던 셈입니다.

세 분은 각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네이버 출신으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AI와 플랫폼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서 AI와 플랫폼, 벤처, 문화콘텐츠 분야의 주무부처인 과기부와 중기부,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기업 출신 후보자들을 대거 지명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관료사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정부 정책에 업계 전문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세 분의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서 논란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가 출신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정부 부처의 규제 권한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을지 하는 이른바 ‘이해충돌’ 논란입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세 분의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유도, 기업 출신이어서라기 보다는 이러한 이해충돌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대기업 출신 장관을 우려하는 이유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기업인 출신 장관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입니다. 유 전 장관은 LG전자, 포스코 등 기업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과기부 장관으로 임명돼 선택약정할인제도 도입, 5G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엄청난 열의를 보였습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5G 서비스를 처음으로 서비스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심어주며 앞장서서 LTE 대비 20배 빠른 5G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과기부와 이통3사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미국 기업 버라이즌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고, 결국 한밤중에 미리 섭외된 10여명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습 개통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이틀 후부터 5G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과기부 배경훈·중기부 한성숙·문체부 최휘영 장관 후보자는 출신 기업들과 정부의 이해충돌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역할을 넘어, 혁신을 저해하고 불공정을 일삼지 않도록 견제하고 규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아시다시피 LTE 대비 20배 빠르다던 5G 서비스는 결국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이통3사가 막대한 기지국 투자비와 불투명한 사업성을 이유로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28GHz 구간의 주파수 대역을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5G 서비스 가입자가 국민 절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B2B 영역의 성장은 더디기만 합니다. 이 와중에도 이동통신업계는 또다시 6G가 되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은 크게 늘었습니다. 참여연대가 5년에 걸친 5G 원가자료 공개소송 끝에 과기부로부터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5G 서비스의 가입자당 매출(ARPU)이 49.4%나 폭등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LTE 서비스의 도달 범위가 좁은 5G의 특성과 부족한 기지국 투자로 인해 상용화 직후부터 불통 논란이 따라다녔습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이통3사의 5G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로 판단하고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유 전 장관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과기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대다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이통3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7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이 2G, 3G 원가자료 공개와 관련해 기업의 영업비밀에 비해 이동통신서비스의 공공성과 시민단체의 검증 필요성이 더 크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음에도 과기부는 5G 원가자료를 다시 한번 소송으로 끌고 갔습니다. 결국 지난해 대법원은 다시 한번 5년의 소송 끝에 공개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사이 수많은 국민들이 턱없이 높은 5G 요금을 내며 이통3사들이 연 4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일조했습니다. 과기부가 매년 진행한 5G 통신품질 조사는 5G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습니다. 5G 기지국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이통3사의 5G 판매가 버젓이 이뤄졌지만, 품질조사에서 이러한 부분은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네이버 또한 검색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영역을 확장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입니다. 실제로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네이버 매출의 대부분이 검색, 쇼핑, 핀테크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검색을 통한 쇼핑·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사인 네이버 쇼핑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G마켓, 11번가, 옥션, 인터파크 등 경쟁사들의 네이버 쇼핑 검색결과를 낮게 조정하는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임직원들은 자사우대와 타사배제를 노골적으로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경쟁사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한성숙 장관 후보자가 대표로 재직 중이던 네이버는 당시 이러한 공정위 처분에 따르기는커녕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결국 법원에서 패소했습니다.

압도적인 국내 웹툰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은 웹툰 작가 등 제작자로부터 최대 50%의 콘텐츠 유통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 된 적도 있습니다.

산업혁신은 독과점 해소에서 시작된다

이통3사와 네이버가 전국민을 상대로 이런 기만적인 영업행태를 보일 수 있는데에는 이들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의 비호도 문제이지만, 이들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독과점 기업은 필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출연을 막고 혁신을 저해합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이 독과점 기업들에 대해 과감한 계열분리와 매각 명령을 내리는데에는 독과점 기업의 혁신 저해행위를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SK텔레콤과 네이버가 악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역할도 바뀌는 법이니까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 분에 대한 임명절차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분의 후보자들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독과점 대기업을 넘어 다양한 중소벤처기업, 중소상공인, 중소문화콘텐츠 종사자들을 육성·지원하고 제2의 SK텔레콤, 제2의 네이버를 발굴해내는 역할을 맡으신 분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출신 기업들과 정부의 이해충돌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역할을 넘어 혁신을 저해하고 불공정을 일삼는 SK텔레콤과 네이버를 견제하고 규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SK텔레콤, 네이버 출신 장관이 관련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넘어 독과점 대기업들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직자란, 공권력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직책이자 권한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를 늘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재명 정부가 ‘공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세 분의 후보자가 그 길에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참여연대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엄정한 감시의 눈으로 세 후보자와 과기부, 중기부, 문체부를 지켜볼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