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폐업 증가하는데…마무리 또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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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스타트업 폐업 증가하는데…마무리 또한 신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산나눔재단, 절차 등 담은 ‘마무리 가이드북’

기사입력2025-09-04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창업자들이 힘든 마무리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보다, 전문가와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경기 악화로 폐업 절차에 들어가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창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절차적 실수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도록 돕는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이에대해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지난 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스타트업은 고위험 창업이고, 90% 이상의 스타트업이 폐업을 피할 수 없다”며 “스타트업은 자본과 사람, 기술이 신뢰를 바탕으로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이고, 마무리 또한 그 신뢰가 천천히 해체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북은 법무법인 미션이 집필에 참여해 법적·세무적 절차뿐만 아니라 창업자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노무, 고객관계, 투자자 대응 문제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 주요 내용으로는 ▲마무리 전 점검 리스트 ▲단계별 절차 안내 ▲이해관계자별 대응 방법 ▲청산·파산·회생의 차이 ▲청산형 M&A 전략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이 수록됐다.

김 변호사는 “창조적 혁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90% 이상의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의 실패를 생태계적으로 어떻게 고민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이번 가이드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해산·청산…새로운 도전 준비과정=창업 열풍과 벤처투자의 급증으로 2020년대 초반 다수의 법인이 설립됐지만, 최근 고금리와 투자 위축 국면이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이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법인 해산은 기업이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적으로 회사를 종료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후 자산과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이 청산이다. 해산 결의 후에는 청산인을 선임해 채권·채무를 정리하고 잔여 자산을 주주에게 분배한 뒤, 법원 등기와 국세청 신고까지 마쳐야 비로소 법인이 완전히 소멸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스타트업의 해산·청산이 반드시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적합성이 부족한 아이템을 빠르게 정리하고 창업자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채무와 세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창업자 개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어, 정확한 절차 준수가 중요하다.

◇청산형 M&A, 새로운 출구전략=투자 환경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청산형 M&A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산형 M&A란 정상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매각되는 ‘성장형 M&A’와 달리, 청산을 앞둔 회사의 잔여 자산·기술·인력을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단순 청산보다는 최소한의 회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실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중 ‘인가 전 M&A’를 추진하거나, 티몬·위메프가 회생신청 직후 M&A를 진행한 사례도 청산형 M&A에 해당한다. 김 변호사는 청산형 M&A가 스타트업 정리 과정의 중요한 후속 단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기업가치 평가가 까다로운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청산 시 잔존 자산과 기술의 실질 가치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률·세무 전문가와 M&A 자문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김성훈 변호사는 “청산형 M&A는 스타트업 실패의 끝이 아니라 시장과 인력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순환 메커니즘”이라며 “국내에서도 점차 제도적·시장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시장이 환호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패가 발생하는 그 자리에서 혁신의 근간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혁신의 씨앗을 지키기 위한 ‘ARK 프로젝트(Ark Project)’를 제안했다. ARK 프로젝트는 단순히 청산·해산·회생 절차를 안내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제도적 대안을 고민하며, ▲스타트업 구조조정 및 사업 정리 과정에서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스타트업 파산 및 정리 과정 간소화 ▲스타트업 폐업에 따른 창업자의 신용불량자화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