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근로→업무실적 부진→징계해고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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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불성실 근로→업무실적 부진→징계해고 사유 법원, 해고사유 인정했는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지침 만든 정부

기사입력2016-03-19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정부는 연초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제목으로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발표했다. 해고사유에 따라 ‘공정인사 지침’은 해고유형을 통상해고, 징계해고, 경영상해고로 구분한 뒤, 통상해고를 “근로자의 근로계약 상의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해고도 통상해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통상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저성과자 해고 방침을 명시하고 ▲객관적, 합리적 기준에 따라 인사평가를 진행하며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에게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 개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해고할 수 있다.

정부 ‘지침’ 업무능력 결여·근무성적 부진 등 통상해고 가능

통상해고와 관련한 ‘지침’의 내용을 선의로 해석하자면 정부의 주장대로 ‘공정한 해고’를 담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이 사용자에겐 부담스럽고 가급적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침’이 선의대로 작동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거나 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처사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평가의 내용은 일치하지 않고, 인사평가권은 사용자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사용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저성과 근로자에게 교육훈련, 배치전환의 기회를 제공한다지만 통상해고의 적법성을 포장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우려는 최근 다수 사업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거부 및 법적대응 검토,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 노사정간 극한 대립을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정인사 지침’을 통해 통상해고의 가이드라인을 정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편익이 클 것이라는 진단에는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공정인사 지침’이 없이도 저성과자 해고사유에 대한 축적된 판례가 있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사건별 통상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고 있으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특별한 문제제기도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시점에 정부가 통상해고를 들고 나온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있으며, 수긍이 간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징계해고, 고용관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귀책사유 존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2003.7.8. 선고, 2001두8018)”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이 없이도 저성과자 해고사유에 대한 판례가 축적돼 있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사건별 통상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고 있다.<자료=비자트>

해고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비위행위, 기업의 위계질서 문란행위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사유로 인해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처분이 정당성을 충족하기 위해 법원이 사용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요건이다.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전제로 하는 징계해고와는 달리 근로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 질병 등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일신상의 사유로 근로제공을 할수 없는 경우 사용자는 해고처분을 할 수 있다.

실무에선 이를 징계해고와 구분하여 통상해고라고 칭하고,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통상해고의 경우 법원은 징계해고와 다소 다른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통상해고, 귀책사유 없이 일신상 사유로 근로계약 이행하지 않아야

“근로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신체장해로 인하여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그 정당성은 근로자가 신체장해를 입게 된 경위 및 그 사고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 근로자의 치료기간 및 치료 종결 후 노동능력 상실의 정도, 근로자가 사고를 당할 당시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성격과 내용, 근로자가 그 잔존 노동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존부 및 그 내용, 사용자로서도 신체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순조로운 직장 복귀를 위하여 담당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를 하였는지 여부, 사용자의 배려에 의하여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 근로자의 적응노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판1996.12.6. 선고, 95다45934)”

사용자에게 배려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한편 신체장애로 인해 근로계약의 본질적 의무인 근로제공 자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사용자가 적법하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판결이다. 근로자와 사용자간 이익의 균형을 조화한 것으로 양자간 이해가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

통상해고의 적법성 요건과 관련 노사간 이익의 균형이 깨지는 지점은 근로자가 근로제공 자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불완전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다. 불완전한 근로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면 근무성과 또는 업무실적이 동료 근로자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경우가 있다. 그리고 현저하게 낮은 업무실적은 근로자의 태만 등 불성실 근로에 따른 것일 수 있고, 근로자의 능력 부족 또는 적성 불일치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업무실적이 현저하게 낮고, 그 원인이 불성실 근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징계해고 할 수 있다. 불성실 근로라는 근로자 귀책사유의 존재는 징계해고처분 요건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성실 근로에 따른 업무실적 부진은 근로자 귀책에 따른 징계해고 사유

그러나 현저하게 낮은 업무실적이 능력부족에 따른 것이라면 이를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업무능력이 부족한 근로자에 대해 근로자 귀책을 요건으로 하는 징계해고처분 법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업무능력 그 자체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자의 노력에 여하에 따라 향상될 여지가 충분하고,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의 업무능력이 동일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실적이 부진한 상태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는 경우 업무능력 향상에 대한 근로자의 노력 또는 의지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불성실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 대한 책임추궁은 가능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업무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근로자의 직위와 보수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저한의 실적도 미치지 못하는 업무실적 부진이 5년10개월간 계속됐다는 점 ▲그 기간 동안 업무실적 부진을 이유로 2번의 견책과 경고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점 ▲징계처분 이외에도 업무실적 부진을 이유로 2번의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업무실적 부진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판 1991.3.27. 선고, 90다카25420).

대법원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으로서 업무상, 성격상 그 거수실적(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료를 입금시킨 실적)의 많고 적음에 따라 회사운영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거수실적 불량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고, 또한 거수실적 불량의 정도가 추상적·자의적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직위·보수·근무경력·다른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성적·회사의 경영실태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근로자로서 최소한도의 직무수행 능력이 결여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징계규정에 따른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장기간의 거수실적이 단지 다른 사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정도가 아니라 원고의 직위와 보수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저한의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 피고 회사가 회사의 인사규정을 적용하여 원고를 징계면직한 조치가 징계권의 남용으로 볼 수 없고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제23조 제1항으로 개정)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판결문을 뜯어보면 통상해고와 관련한 정부 ‘지침’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업무실적 부진에 따른 견책, 경고처분 등 회사 내 징계규정이 존재했고, 5년10개월에 걸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실적평가가 있었고, 업무실적 부진을 이유로 2차례의 징계처분 그리고 2번의 보직이동을 통해 근로자에게 개선의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의 지침을 그대로 준수해 저성과 근로자를 통상해고 한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는 ‘지침’이 ‘저성과자 해고사유에 대한 축적된 판례를 분석해 제시한 것’이고, “선진적 인력운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갈등과 불확실성을 예방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상해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사유에 대한 축적된 판례를 분석’하는 등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함이 없이 위 사건 판결문을 배포하면 족한 일이었다. 또 ‘갈등과 불확실성 예방’이란 취지 역시 노동계의 극한 반발로 무색해졌다.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공정인사 지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