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맞지 않는 ‘경총’의 新정부 정책건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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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앞뒤가 맞지 않는 ‘경총’의 新정부 정책건의서 사회보장 얘기하며 복지확대 경계…기업 하고싶은대로 놔두라?

기사입력2017-04-28 20:3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활기찬 시장경제’ ‘상생의 노사관계’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안전 시스템’…. 듣기 좋은 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4일 발표한 ‘新정부 경영계 정책 건의서’의 5대 핵심 정책방향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전성시대’를 열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그럴 듯하고, 듣기 좋은 말로 포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활기찬 시장경제’를 위해 정부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요구했고, ‘안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줄여달라는 얘기다. 또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해 ‘법제도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생의 노사관계’로 포장했지만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시설·직장점거 금지’ 등 경총의 일방적 입장만을 담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과 같이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안전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시장경제원칙에 반하는 복지확대는 근로유인 저하를 초래하고, 복지의존도 심화와 더불어 국가재정의 불안정성을 확대한다’며 겁까지 줬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자율적 결정’을 강조하는 한편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은근슬쩍 끼어넣었다. 결국 5개의 핵심정책방향과 세부 내용은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19대 대선공약을 보면, ‘공정’은 불공정거래가 만연한 시장개혁을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효율적’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존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에서 중소·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의 전환에 사용되는 수식어다. ‘상생’은 대기업의 불공정관행을 없애고, 대·중소기업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키워드다.

경총이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는 필요하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 총수일가를 비롯한 대주주의 경영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에 대해 경총은 침묵하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는 현재 시장경제란 이름으로 제멋대로인 대기업과 그 총수일가의 갑질횡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민주화 방안이다. 경총은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경제’가 왜 화두로 떠올랐는지, 이를 위해 재벌대기업들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