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탄소배출량’ 줄일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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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디지털 기술이 ‘탄소배출량’ 줄일수 있다는데 “공공 사례 적어…공공·민간 함께 그린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기사입력2024-05-16 11:2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직속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9일 ‘AI기반 그린디지털 전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스웨덴은 도시지역의 교통혼잡 문제로 국민들의 환경, 경제, 삶의 질 등이 악화되고 있었다. 우선 기존의 신호등과 같은 교통관리시스템은 혼잡시간대의 차량 흐름을 관리하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응하는데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교통청, 도로청, 자동차산업계의 협력으로 스마트 신호등 ‘Koordinator’를 개발해 보급했다.

Koordinator는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교통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전송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교통데이터를 분석하고 교통 상황에 따라 신호등의 타이밍을 조정할 수 있다. 특히 자전거 도로와 같은 차량과 보행자가 혼재하는 지역에서 효과적이었으며 2018년 스톡홀름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후 다른 도시로 확대했다.

Koordinator의 도입으로 도시지역의 교통 체증이 완화됐으며, 보행자의 안전과 환경오염 문제가 해결되는 등 교통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또, 운전자 대기시간을 최대 30%까지 단축하고, 차량 운행시간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최대 10% 감소시켰다.

최재식 KAIST AI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직속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최근 ‘AI기반 그린디지털 전환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공분야의 탄소중립 행정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공부문에서 원활한 그린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날 ‘공공부문 초거대 AI적용을 통한 탄소중립 추진 및 기여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에서는 민간기업이 초거대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이 있지만 공공부분에서는 그 사례가 많지 않다”며, “공공부문 초거대 AI도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도입 당사자들이 초거대 AI도입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원활한 디지털 탄소중립을 위한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디지털 탄소중립이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탄소중립이행 기반을 조성해 탄소중립을 촉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디지털은 고품질 데이터 수집, 고도화된 의사결정, 신뢰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확보해 탄소중립 달성을 촉진하는 필수 기술이다. 디지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가 연관돼 정책 간 통일성을 확보하고 시너지 강화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지만 협력체계가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다.

기후, 에너지 등 공공부문이 수집·보유하는 탄소중립 데이터는 민간의 접근성이 떨어져 솔루션을 개발하고 도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민간 부문의 탄소배출량 측정, 검증 등에 필요한 인프라와 기술이 부족해 데이터 기반 탄소중립 의사결정이 난해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공공부문에 AI를 도입할 때는 학습데이터의 주제와 설명을 명확하게 하는 튜닝 과정을 거쳐야 하며, 데이터 학습도 필요하다고 했다. 필요한 영역별로 학습에 대한 기준을 정해주지 않을 경우, 주어진 데이터 또는 맥락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테이션(Hallucin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거대 AI의 정확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용인될 수 있는 부분부터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AI 도입해 공공행정 효율 높인다=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집행위원은 2021년 10월 COP26기조연설에서, 5G·AI·IoT·디지털트윈 등 디지털 기술은 2030년까지 세계 탄소배출량의 15%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은 에너지, 건물 등에서의 디지털 전환으로 2050년까지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0%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AI 선진국에서는 공공분야에 AI를 도입해 행정 효과를 높이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에서는 AI 화재예측 분석시스템 ‘Firebird’를 도입해, 소방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화재를 예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부는 암 영상 검사를 위한 AI모델을 도입해, 의료진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의료 판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캐나다 지방정부에서는 몬트리올 대학병원의 전 업무에 머신러닝, 딥러닝, 예측분석, 데이터 시각화 등을 도입해 의료인력의 업무 부담과 의료비를 완화하고 대국민 대상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 캐나다 중앙정부는 비자발급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머신러닝을 활용해, 비자 처리 소요시간을 절감하고 비자 신청서 평가의 정확성을 향상해 담당자 업무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

호주 중앙정부는 산불 확산 예측모델 ‘SPARK’를 도입해, 재난 위기대응 역량을 높이고 산불 피해를 최소화했다. 호주 지방정부에서는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적발 카메라인 ‘MPDC’를 도입해, 교통당국의 행정효율성을 높이고 주행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그린 디지털=공공과 민간이 효과적으로 그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그린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공공분야 AI의 기본모델은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민간 테크기업에서 개발한 결과물을 도입해 활용할 것을 권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형태로 연결하고 활용함으로써 경량화 모델을 구축·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분에 그린 디지털을 적용할 경우, 실효성을 판단하고 과업범위 및 요구사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초거대 AI도입을 위한 컨설팅 및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 추진은 필수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최 교수는 기업, 지자체, 정부 간 협력을 통해 ICT기반 디지털 탄소중립 협력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디지털화를 통한 탄소중립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