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실리콘밸리 독주 AI 지형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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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딥시크가 실리콘밸리 독주 AI 지형 흔들었다” 한국에 기회를 보여준 것…인프라, 연구개발, 인재, 글로벌 협업 필수

기사입력2025-02-07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AI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718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확충, 고성능 컴퓨팅 자원 개발 그리고 AI 전문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이를 통해 AI 인프라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AI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AI 선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월말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등장하며, 실리콘밸리 독주의 AI 지형을 흔들었다. 딥시크는 ‘DeepSeek-R1’이라는 AI 모델을 공개했는데, 이 모델은 수학 및 논리 추론 벤치마크에서 OpenAI의 최상위 모델과 경쟁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전세계 AI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의 모델 공개 이후,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딥시크 관련 앱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이로인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AI 관련 주식과 AI 반도체 관련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AI 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메타 등 미국 기반의 기업들이 견고하게 장악하고 있던 AI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오순영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국회 AI모빌리티신기술전략조찬포럼이 6일 개최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방안’ 포럼에서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실리콘밸리 독주의 AI 지형을 뒤흔들며, 대한민국에는 기회를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국가적 투자, 혁신적인 연구개발 문화 조성, AI 인재 양성 및 글로벌 협업 강화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AI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균형 변화”=오순영 의장은 딥시크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경쟁을 넘어, AI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균형이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의장은 딥시크는 완전히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을 지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이는 기존 AI 선도기업들이 폐쇄적인 AI 모델 개발전략을 취하는 것과 차별화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방식은 AI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는데, 딥시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글로벌 AI 커뮤니티와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딥시크의 모델 훈련방식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 의장은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100 등 최신 AI 칩이 부족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구형인 A100 GPU 1만대를 활용해 모델을 훈련했다며,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 중국이 AI 기술 발을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기존과 다른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을 통해 한국 역시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딥시크처럼 소프트웨어 중심의 최적화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AI 산업 글로벌 강자를 위한 전략은 무엇=오 의장은 딥시크가 보여준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이 AI 산업에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AI 인프라의 국가적 투자 강화’가 시급하다. 오 의장은 딥시크는 중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AI 인프라 환경에서 성과를 만들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AI 인프라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비교해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I 연구개발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센터 구축이 부족하며, 이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오 의장은 민간기업과 함께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AI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혁신적인 AI 연구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오 의장은 대한민국이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혁신적인 연구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혁신 전략이 필수적인데,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와 규제 문제로 인해 도전적인 연구보다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AI 인재 육성과 글로벌 협업 강화’다. 오 의장은 딥시크의 사례는 AI 발전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했다. 한국은 뛰어난 IT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AI 분야의 핵심 연구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AI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글로벌 AI 연구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장은 “챗GPT의 등장은 AI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고, 이제 딥시크의 등장은 AI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며, “딥시크가 보여준 ‘위기에서 탄생한 혁신’을 교훈 삼아,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자신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