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와 무역전쟁의 반복…대응책 시급해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보복관세와 무역전쟁의 반복…대응책 시급해 무역분쟁, FTA와 글로벌 무역질서 안에서 해결해 나갈 필요

기사입력2025-02-08 00:00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추가 관세 10%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발효됐다. 이에 중국도 미국에 맞서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역전쟁이 발발한 상황이다. 향후 전개에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글로벌 무역전쟁이 우리 수출기업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상황이 1차 미중 무역분쟁과 마찬가지로 흘러갈 지는 두고 볼 일이나, 미국의 관세부과와 중국의 보복관세로 시작된 새로운 분쟁은 당시와 유사한 구도다. 2018년 상반기부터 2020년 초까지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 당시를 돌아보면, 당시 양측은 수 차례에 걸쳐 관세 범위를 확대하거나 세율을 높였고,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다.

미중 양국만의 분쟁이 아니란 점도 유사하다. 1차 분쟁 당시 미국은 캐나다나 브라질, EU 등 우방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확대한 바 있다. 이번에도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라는 고율의 관세부과를 선언했다가, 발효 하루를 앞두고 이를 한달 유예한 바 있다. EU와의 분쟁도 이미 예고했다.

전개는 물론 주변국에 미칠 영향까지도 1차 분쟁과 유사하게 흘러간다면 대단히 곤란하겠지만, 추이를 보면 피해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양측의 보복관세로 분쟁이 격화된 2019년에는 전세계 상품교역 성장률이 1년새 크게 줄어들었고, 한국의 수출 역시 10%나 감소한 바 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올해 대외리스크 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도 세계경제 둔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12월 초순 사이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협회 회원사 10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세계경제 둔화가 19.6%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대(16.9%), 환율 변동성(15.0%)의 순이었다.

세가지 요인은 모두 연결돼 있다. 앞에서 살펴봤지만 1차 분쟁과 마찬가지로 보복관세와 무역분쟁이 교역량 감소로 연결될 경우 대미 수출기업이 아니더라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대미 수출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대미 수출기업들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자동차·가전 분야 기업들이 멕시코에 다수 진출해 있는데,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는 순간 대미 수출이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에까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여파로, 2월 초 관세 발효 직전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관세조치를 유예하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1450원을 넘나들며 고환율을 보이고 있다. 관세부과 자체가 달러화 강세로 연결되기도 하고, 미국의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경우 상당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강달러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USMCA의 재협상과 같은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관세부과를 선언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 FTA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역시 관세부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의 대응은 미국과의 대화채널 확보와 의사소통 확대일 것이다. EU 등 다른 상대국들의 대응방안도 예의주시해야겠다. 한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와의 분쟁 가능성과, 다자간 협정인 WTO 체제의 약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제조업 수출국가인 한국 입장에서는 양자간 FTA나 다자간 WTO와 같은 협정이 작동하는 편이 이익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가 개정됐다는 점은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관세부과나 무역분쟁 발생 시 최대한 기존 글로벌 무역질서 안에서 해결해 나가는 외교력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