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무기간은 근속기간에 해당안된다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기간제 근무기간은 근속기간에 해당안된다 대법원 “장기근속수당 지급 기준 차별은 차별 아니다” 판결

기사입력2014-10-22 14:01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장기근속수당 지급 기준을 산정함에 있어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근로자들과 달리 기간제 근무기간을 근속기간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차별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14. 9. 24. 선고 2012두2207 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

근로자 A씨는 2007년 1월 ○○공사와 1년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근로계약을 매년 갱신해 오던 중 2010년 1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공사는 장기근속수당 지급 기준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근로자와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근로자로 구분해 달리 적용했다. 전자의 경우에는 근로계약 체결 이후 모든 근속기간을 인정한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의 근속기간만을 인정했다.

정규직, 근로계약 이후 전 기간 vs 기간제, 정규직 전환후 기간만 인정

기간제로 근무했던 3년의 근속기간을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정규직 입사자와 비교해 낮은 수준의 장기근속수당을 지급받은 근로자 A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공사를 상대로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차별적 처우를 받은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제법 제9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기간제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차별적 처우’란 임금, 정기상여금, 경영성과금, 복리후생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자 A의 차별시정 신청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1심과 2심에 이어진 대법원의 결론은 사실상 동일했다. 근로자 A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인정했지만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기간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적 처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사진)은 장기근속수당 지급 기준을 산정함에 있어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근로자들과 달리 기간제 근무기간을 근속기간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중기이코노미

장기근속 장려 등 장기근속수당은 기간제에는 부합하지 않아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의 존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두7045 판결 등)”고 전제하고 “장기근속수당은 장기근속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외에 장기근속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원고의 기간제 근로형태와 이 사건 비교대상 근로자들의 정규직 근로형태가 채용 목적, 근로 범위나 권한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공사가 원고의 기간제 근무기간을 장기근속수당 산정을 위한 근속기간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근로자 A에 대해 정규직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방법·정도 등에 있어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역시 “장기근무자들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기간제 근로에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불리한 처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93건 차별사건 판정 중 14건만이 근로자 주장 온전하게 인용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차별시정신청 사건에서 근로자의 주장이 전부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판정을 내린 93건 가운데 14건(14.8%)만이 근로자의 주장이 온전하게 인용됐다. 근로자의 주장 중 일부가 인용되는 부분 시정명령은 21건(22.5%)이고, 근로자 주장이 전혀 인용되지 않은 경우가 62.7%에 이르렀다.

차별시정 신청사건에서 근로자가 쉽게 이기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근로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인식하는 차별(차이 또는 구별에 해당되는 경우)과 기간제법 등에 의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차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간제법 등에 따른 차별적 처우로 인정받는 것과 함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별적 처우는 존재하지만 합리적 이유있어 차별적 처우 아니다

차별시정 신청사건 심리 과정에서 거쳐야만 하는 좁은 문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먼저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의 고용형태는 기간제, 단시간, 파견근로자여야만 한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 A와 기간제 근로자 B를 차별하는 경우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새롭게 발생한 차별 그리고 정규직간 차별의 경우에는 권리구제 대상이 아니다.

당자자 적격을 충족시킨 경우에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 상용직, 사용사업주 직접고용 근로자 등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차별적 처우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차별적 처우의 내용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 해당돼야 한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을 가입시키지 않은 경우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이 아니어서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다. 다만 관련 법률 위반으로 처리될 뿐이다.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차별적 처우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별적 처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공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집중적으로 심리했던 부분이고, 결론은 차별적 처우는 존재하지만 차별적 처우를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권리구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