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보다 ‘원산지’ 완화 ‘한·필리핀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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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한·아세안 보다 ‘원산지’ 완화 ‘한·필리핀 FTA’ 한·필리핀 FTA 발효…중소수출기업 활용법은

기사입력2025-04-17 13:00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ㅣ다른기사보기

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

한국과 필리핀 자유무역협정(한·필리핀 FTA)이 지난 2024년 12월 31일 발효됐다. 해당 협정은 2022년 2월에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후 3년 만에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다. 필리핀은 2023년 기준 인구 수가 약 1억1500만명이며, 한반도의 약 1.3배인 30만㎢ 면적을 가진 섬나라다. 1인당 GDP는 3906달러이지만, 경제성장률은 약 5.5%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5위 교역국이다.

◇필리핀 상품시장 개방=우리나라는 필리핀과 한·아세안 FTA(2007년 6월), RCEP(2020년 11월)과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한·필리핀 FTA로 필리핀은 한·아세안 FTA에서 관세를 유지하고 있던 483개(전체 수입액의 1.6%) 공산품 가운데 328개(수입액 1.2%)를 추가로 개방한다. 아래와 같이 품목수 기준 7.8%(9062개), 수입액 기준 97.7%(62억불)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필리핀 수출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필리핀 FTA 공산품(임산물 포함) 양허 비교표

<자료=관세청>

주요 품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그 부품 등의 관세가 사라짐으로써 대표적인 수혜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은 아세안 10개국 회원국 중 자동차 수입 1위다. 한·필리핀 FTA 발효 이후 특혜원산지 제도를 활용하면, 자동차 관세 5%는 화물차 및 승용차의 경우 즉시철폐, 하이브리드 차와 친환경차의 경우 발효 후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현행 관세율 3~30% 수준인 자동차 부품 또한 5년 내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돼 우리 자동차 산업의 수출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필리핀 FTA 수출 유망품목(예시)

<자료=관세청>

◇원산지 규정 ‘완화’=앞서 설명한 수출제품이 필리핀에서 관세 인하 또는 철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규정에 따른 원산지증명서 발급 및 수입신고시 제시가 필수적이다.

이번 한·필리핀 FTA에서는 한·아세안 FTA 대비 일부 품목의 원산지 결정기준이 완화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섬유·의류 품목의 경우, 한·아세안 FTA는 당사국 내에서 재단·봉제 공정을 하지 않은 경우, 원산지를 인정하지 않아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필리핀 FTA는 당사국 내 재단·봉제 공정요건을 원산지 기준에서 삭제해 원산지 규정이 완화됐다.

마찬가지로 한국산 고추장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 한·아세안 FTA는 일부 원재료가 당사국에서 완전히 생산돼야 하는 완전생산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가공식품 산업 특성상 수입 원재료를 활용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경우가 많아 협정관세 적용에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금번 한·필리핀 FTA는 고추장, 조제분유, 빵 등 일부 품목의 역외산 재료 사용이 일부 허용돼, 관련 산업 수출기업은 한·필리핀 FTA 원산지 기준을 활용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판정·증명 절차=그렇다면 완화된 원산지 규정을 활용해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 중소수출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수출국가가 우리나라와 FTA 발효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수출물품에 대한 HS 코드를 확인해야 한다. 수출물품의 품목번호(HS 코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품목분류 단계를 거치는데, 품목분류란 HS 국제협약과 관세법령에서 정한 품목분류표 상의 하나의 품목번호(HS 코드)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품목분류 작업은 기업내 자체 분류, 관세사를 통한 품목분류 자문, 또는 관세평가분류원의 품목분류사전심사회시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둘째, HS 코드를 기준으로 상대국 협정세율 조회 및 원산지 결정기준 파악이 필요하다. 현지 국가의 관세율은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관세법령정보포털에서 HS 코드를 기준으로 수입국 관세율을 확인할 수 있으며, 관세청 ‘Yes-FTA’에서 원산지 결정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수입국 관세율 확인을 통해 관세 절감효과 실익이 있다면, 수출물품의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때 관세청 산하 국제원산지정보원 또는 FTA 전문관세사와 협업해, 원산지 판정자료(예: 원산지확인서, BOM, 원산지소명서 등)를 구비하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원산지 판정 여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원산지 판정 결과,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하면 원산지증명서를 신청 또는 발급해 수출자에게 선적 시 제공한다. 한·아세안 FTA는 기관 발급 원칙으로 대한상공회의소 또는 세관에 신청해 발급받는 방식이었으나, 한·필리핀 FTA는 기관 발급과 자율 발급 두 가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율 발급은 현행 관세청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받은 인증수출자가 원산지 판정 후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향후 10년 내 수출자 또는 생산자 자율 증명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섯째,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제공된 원산지증명서는 수입신고시 협정세율 적용신청서와 원산지증명서를 첨부해 수입국 세관에서 협정세율 적용 혜택을 받는다. 수출자(제조자)는 세관의 원산지 검증 및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5년간 수출 및 원산지 판정자료 보관 의무가 있다. 업체별 원산지 증명 절차는 아래와 같다.

업체 유형별 원산지증명서 발급 절차

<자료=한국원산지정보원(FTA-PASS)>

필리핀은 풍부한 자원과 젊은 인구층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필리핀 정부가 투자기업 법인세율 감면(25% → 20%) 등 양질의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한·필리핀 양국은 상호 핵심 교역·투자 파트너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 핵심광물 및 청정에너지 분야 등에서 공조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