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보 넘치는 인터넷 ‘새로운 시민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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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나쁜 정보 넘치는 인터넷 ‘새로운 시민성’ 필요 현실 민주주의 위협하는 온라인 속 허위와 혐오,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2025-03-21 10:48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는 왜 나쁜 정보에 더 쉽게 속아 넘어가는 걸까?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33683).

우선 현재의 인터넷 환경은 ‘정보의 홍수’라고 불릴 만큼 정보가 넘쳐나는데 그 중에는 잘못된 내용도 많다. 그러나 온라인에 유통되는 정보량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일이 사실을 검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온라인상의 각종 콘텐츠는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하기 어려우며, 콘텐츠 작성의 주체와 출처, 신뢰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앞뒤 맥락을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만 강조해 ‘밈(Meme)’으로 소비하는 문화도 정보의 왜곡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신이 접한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공유하는 사용자의 태도 역시 문제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잘못된 내용 역시 빠르게 번져 나가는데, 이미 널리 퍼진 정보는 추후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교정하기 어렵다.

나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환경…현실 민주주의 위협으로

최근에는 딥페이크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며 가짜 정보가 부쩍 늘었다. 딥페이크로 만드는 가짜 사진이나 영상은 실제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수준에 이르러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잘못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대답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을 일으킨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는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내용도 섞여 있는데, AI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하기 때문에 틀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성형 AI는 진실을 검증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주어진 질문(프롬프트)에 맞춰 그럴듯하게 답변하는 데 특화돼 있다. 2017년 10월 미국의 시장조시기관 가트너(Gartner)는 미래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2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는 거의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회수와 구독자가 많으면 광고 노출이 늘어나고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미디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나쁜 정보를 확산하고 올바른 정보의 유통을 저해하기도 한다.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은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손쉽게 이용자를 확보하고자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조작 방송을 일삼는다. 사용자도 논란이 있거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콘텐츠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에 휩쓸린다. 반면 덜 자극적이거나 사실에 입각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면서 진실이 묻히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초래하는 확증 편향과 필터 버블도 문제다. SNS에서 각종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각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내용을 추천해 이용시간이 늘어나도록 설계되었을 뿐, 공공성과 신뢰성, 중요도를 따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리즘으로 추천 받은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이는 자신의 흥미와 관심, 취향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 위주로 편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편향된 인식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누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알고리즘 너머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비눗방울에 갇혀 있는 것과 유사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불린다. 필터 버블에 갇히면 자신과 같은 의견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자신과 다른 관점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서로 다른 생각을 접하고 교류하는 공통의 토대가 사라져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가 거짓일 경우 그 폐해는 더욱 크다.

확증 편향과 필터 버블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끼리 모여 반복적으로 공유할수록 심화된다. SNS의 팔로우, 구독 기능은 자신의 생각과 맞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일종의 ‘우물 문화’를 형성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나 친구가 추천한 내용이면 정보의 출처와 내용을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잘못된 내용도 더 쉽게 믿을 수 있다. 정치적인 내용에 관해 사실을 검증하지 않은 채 우물 문화를 형성할 경우, 특정 정치세력을 향한 맹목적 추종이나 신뢰를 보이며 정치적 무리짓기 또는 극단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최근에는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며 형성된 왜곡된 현실 인식이 실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우려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보가 인터넷에서만 머문다는 것이 보통의 인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최근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이 결국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번졌고, 탄핵 선고가 임박한 3월 현재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 폭동 모의가 사법기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번지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며 형성된 왜곡된 현실 인식이 실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우려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총체적인 노력이 절실…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민성’ 필요

유튜브와 페이스북, 네이버와 다음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자정과 규제가 절실하다.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반면 잘못된 정보 유통을 제재하는 제도나 장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추천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노출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정보의 신뢰성을 반영한 추천 알고리즘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팩트 체크 기능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지난 1월 구글은 검색 결과와 유튜브 동영상에 ‘2022년 허위정보에 대한 실행 강령’에서 요구하는 팩트 체킹 기능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럽연합(EU)에 밝혔다. 또한 지난 1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전 세계의 팩트 체크 기관과 협력해 플랫폼 내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제3자 팩트 체크’ 기능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커뮤니티 노트’라고 불리는 사용자 참여형 수정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가짜 정보 문제가 심화할 경우,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와 혐오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생산자를 제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12·3 비상 계엄 이후 극우 유튜버들은 약 한 달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사태를 부추기는 등 현실에 위협이 되고 있어 제지가 시급하다. 혐오와 선동이 돈이 되는 경로를 막는다면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반복적인 문제를 일으킨 채널은 영구 정지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혐오를 조장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자유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며,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존 언론사들의 반성과 변화 역시 절실하다.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기계적 중립, 따옴표 저널리즘을 탈피해야 한다. 언론사 간 속보 경쟁 역시 사실 확인 절차를 간과하는 결과를 낳는 만큼, 이러한 보도 행태 역시 달라져야 한다. 흔히 ‘팩트 체크’를 할 때는 보다 신뢰 있는 채널의 정보를 확인할 것을 권장하곤 한다. 그러나 만약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대중은 어떤 채널을 통해 사실 검증을 할 수 있는가? 이에 관한 언론의 책임이 필요하다. 플랫폼에서 클릭 수를 높이고자 기사의 일부만 바꿔 같은 뉴스를 반복 송출하는 ‘어뷰징’도 근절돼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자극적인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네이버는 언론이 저품질 기사를 쓸 경우 언론사의 뉴스 수익을 줄이는 ‘NG팩터’를 2021년 3월 도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는 수익이 줄면 기사 개수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짜뉴스 및 편파 보도, 기사의 질적 수준 등에 따른 윤리적 기준 및 규제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대중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미디어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면 정보의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공식기관이면 신뢰도가 높은 편이며, 특정 유튜버나 개인만이 말하는 내용이라면 의심하는 것이 좋다.

성향이 다른 여러 매체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균형된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이 되며, 전문가 의견 역시 서로 갈린다면 주된 논점을 비교해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보를 접한 즉시 어떠한 견해를 갖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도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바뀌는 정보도 있으니, 언제 나온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의 감시와 협력이 중요하다. 국가 원수나 국회의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가짜뉴스나 음모론을 믿거나 이를 악용해 여론을 흔들지 못하도록,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극 비판해야 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는 채널을 신고하거나, 혐오 발언에 대응해 사회적 약자에 연대하는 것 역시 건강한 정보 이용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인에게는 추종이 아닌 비판이, 동료 시민에게는 혐오가 아닌 연대가, 자기 자신에게는 확신이 아닌 숙의가 필요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