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촉발…가짜뉴스, 인포데믹, 혐오,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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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탈진실 촉발…가짜뉴스, 인포데믹, 혐오, 언론 현실 민주주의 위협하는 온라인 속 허위와 혐오,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2025-03-19 12:0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실 민주주의 위협하는 온라인 속 허위와 혐오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자유롭게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권력을 비판하며, 인터넷과 SNS를 통해 손쉽게 정치에 참여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민주주의는 미처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민주주의를 침해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새롭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속 가짜뉴스와 각종 혐오콘텐츠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며 현실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탈진실’을 촉발하는 정보의 유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디지털 환경의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하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탈진실(Post-truth)’이다. 탈진실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다. 단순한 가짜 정보뿐만 아니라, 진실을 흐리는 전략이나 감정적 호소나 신념이 더 중요하도록 하는 상황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탈진실로 인한 폐해는 점점 심화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온라인 속 ‘탈진실’

탈진실을 촉발하는 정보는 가짜뉴스, 인포데믹, 혐오콘텐츠, 언론의 기계적 중립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가짜뉴스(Fake news)=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된 뉴스다. 특정한 의도에 따라 조작되거나 거짓 정보를 유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처럼 보이도록 조작되며 주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공격하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1월 모 인터넷 언론사가 유포한 음모론을 들 수 있다. 해당 언론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 계엄을 선포할 당시,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이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다’라는 음모론을 전파했다. 해당 언론사는 이 보도 내용으로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주한미군 역시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했으나 관련 보도는 ‘사실 무근’이며, “대중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거짓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팩트 체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포데믹(Infordemic)=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친 단어로 ‘정보 전염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거짓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사회에 혼란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허위정보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잘못된 정보를 모두 포함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 3명 중 2명(63%)은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66%)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조사 대상 47개국 중 1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응답자들이 어떤 주제의 허위정보를 접했는지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는 정치 관련 허위정보(38%)를 가장 많이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한국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고, 허위정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더 자주 이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인터넷에서 접한 허위정보의 주제>

◇혐오콘텐츠=국적과 지역, 인종, 종교, 장애 및 질병 여부, 나이,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외모 및 신체 조건, 결혼 여부 및 가족 형태, 직업, 교육 수준, 사회적 계층 및 경제적 상태 등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을 일컫는다. 혐오콘텐츠는 상대방의 인격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차별과 갈등을 조장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 표현의 자유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평등과 인권을 훼손하며 건강한 공론장을 위협한다. 온라인상의 다양한 혐오 발언과 콘텐츠는 SNS의 공유 및 ‘좋아요’ 기능으로 더욱 확산되며,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중국 간첩’이라고 낙인 찍고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혐오콘텐츠는 현실세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월 일부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 현장을 취재하던 홍콩 언론사 취재진을 둘러싸고 위협했다. 다만 혐오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SNS와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심해지고 있는데,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에서 일부 참여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든 이들을 차도로 미는 등 폭언이나 폭행을 가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언론의 기계적 중립=언론이 양측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단순 나열하는 보도 행태를 일컫는다. 저널리즘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비판적 감시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을 취한 언론은 사실을 분석하고 검증하지 않으며, 거짓 정보와 근거 없는 주장도 정당하거나 사실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 것인 양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겉보기에는 객관성을 가장하지만, 잘못된 주장에도 동일한 신뢰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흐린다. 이는 독자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오해하도록 만들어 공론장을 왜곡하며, 잘못된 내용을 확산한다. 문제점과 해결책을 공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양비론적인 여론전이 우위를 차지하도록 만들고,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

기계적 중립을 택하는 언론은 큰따옴표 인용으로 상대방의 억측과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경우가 많다. “A는 이렇게 말했고, B는 반박했다”라고 인용한다는 점에서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불린다. 큰따옴표 인용은 언론인이 직접 의견을 개진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에서 빠져 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언론이 책임을 회피할 경우 일부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강한 발언을 통해 미디어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보도가 반복되면 대중은 정치인의 막말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다가 점차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나치의 선전가였던 요제프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언론은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해당 발언이 어떤 의도를 담고 있으며, 왜 문제가 되는지 맥락을 설명해야 한다.

최근 언론의 기계적 중립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후 여론을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라고 표현한 것이다. 헌정 수호와 내란 동조는 동일선상에 두고 찬반으로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정치 성향에 따른 이슈 역시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사가 찬반이라는 용어로 동일하게 표현했다. 또한 일부 언론사들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동조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윤 측’이라는 표현에 큰따옴표를 매겨 그대로 받아쓰기했다. 이는 내란 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퍼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언론이 공적 검증을 포기하고 그대로 싣기만 한다면 권력의 스피커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