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눈 뜨고 당한다…눈속임 설계 다크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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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알면서 눈 뜨고 당한다…눈속임 설계 다크패턴 말도 없이 유료결제, 취소는 복잡…소비자 분통, 제재 수위는 약해

기사입력2025-04-07 00:00

‘오늘만 이 가격!’이라고 해서 서둘러 구매했더니, 내일도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해지는 경우가 있다. ‘한 달만 무료 체험’을 하기로 했는데, 다음 달 동의 없이 자동으로 유료 결제가 됐고, 구독 취소 버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를 ‘다크패턴’이라고 부른다. 다크패턴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어떻게 이를 근절할지 알아본다.

의도적으로 당신을 속이는 ‘눈속임 설계’…다크패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다크패턴(Dark Pattern)’이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거나 운영할 때, 소비자의 착각이나 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다수 유형의 다크패턴은 현행법 제21조 제1항 제1호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해당돼 제재될 수 있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서비스 이용자보호를 위한 다크패턴 사례집, 2025.01>

다크패턴은 주로 온라인 쇼핑몰, 예약 사이트, 앱, 소셜미디어 등에 적용되는데,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교묘하게 설계된다.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불필요한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공정위는 다크패턴의 유형을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편취형=소비자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거나 상품을 더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대금이 증액될 때, 소비자에게 별도의 고지 없이 계약을 자동 갱신하고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숨은 갱신’,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 가격으로 청구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 등이 대표적이다.

▲오도형=소비자가 헷갈리도록 의도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할인에 관한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해 소비자가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거짓 할인’,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소비자가 해당 옵션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잘못된 계층구조’ 등이 해당된다.

▲방해형=소비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취소·해지·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는 ‘취소·탈퇴 등의 방해’, 여러 상품 사이에서 가격이나 판매 조건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가격 비교 방해’, 소비자가 유리한 옵션을 선택하거나 원하는 정보를 구할 때 많은 클릭이 필요하도록 만들어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결국 소비자가 옵션 선택이나 정보 수집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클릭 피로감 유발’ 등이 해당된다.

▲압박형=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이 제품을 보거나 구매한 소비자의 수를 표시해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특정 시간이나 기간에만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표시해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시간제한 알림’ 등이 해당된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온라인 쇼핑몰의 다크패턴 실태조사 보도자료, 2023.11.6.>

2023년 11월, 한국소비자원은 공정위의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내 온라인 쇼핑몰(38개)의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 각각(76개)에 대한 다크패턴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크패턴의 수는 총 429개로 확인됐으며, 온라인 쇼핑몰당 평균 5.6개의 다크패턴 유형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다크패턴 유형은 압박형이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이 쓰인 다크패턴 유형은 ‘지금까지 000개 구매’와 같은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93.4%)‘이었으며, 다음으로 ‘감정적 언어 사용(86.8%)’, ‘시간제한 알림(75.0%)’ 순으로 나타났다.

알면서도 눈 뜨고 당한다…이용당하는 소비자만 분통

많은 소비자들이 다크패턴에 불쾌함을 느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5년 1월 발간한 ‘디지털서비스 이용자보호를 위한 다크패턴 사례집’에 따르면, 구독 해지 신청과정에서 본인인증 절차나 앱에서 웹 또는 전화로 채널을 이동하는 절차가 추가될 경우, 기본 경로로 해지하는 것에 비해 이용자들이 약 2배 정도 더 불쾌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고 표시가 되어 있지 않는 일반적인 링크를 클릭했는데 예상과 달리 광고가 등장하고, 이를 원하지 않아 뒤로가기 등을 시도했으나 또 다른 광고가 등장하는 다크패턴 설계도 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73.0%가 기만적인 설계라고 인식했으며 36.8%는 매우 기만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78.4%가 해당 설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이러한 다크패턴의 수법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가령 구독 해지가 어려운 서비스를 어떻게 해지했는지 경험담과 요령을 나누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비자가 애써 복잡한 수고를 들이기 이전에, 기업에서 다크패턴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날이 갈수록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디지털 취약계층일수록 다크패턴에 더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다크패턴 규제…제재 수위는 여전히 약해

지난 2월 14일, 기존 법으로는 규율하기 어려웠던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규제할 수 있도록 개정된 전자상거래법령이 시행됐다.

<자료=공정위, 6개 유형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 문답서, 2025.02.13.>

새롭게 규제하는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은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 옵션의 사전 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등의 방해, 반복간섭 등이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시정조치를 내리며, 시정조치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어려울 경우 영업정지 명령 또는 5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순차공개 가격책정의 경우, 사업자의 온라인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과태료를 무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다크패턴을 적용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면, 기업이 이를 잘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었음에도 다크패턴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도비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구독 취소 버튼을 찾기 어렵게 설계해 두었으며, 구독을 취소할 경우 소비자에게 취소 수수료까지 물게 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따라서 개정안을 시행했더라도 지속적으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법안을 다듬고 제재 수위를 올릴 필요가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의 본질은 사람을 위한 요소이지, 사람을 속이기 위한 도구여서는 안 된다. 다크패턴이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소비자 기만임을 깨닫는 기업의 양심이 절실하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