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 부도와 조용한 출판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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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송인서적 부도와 조용한 출판진흥원 “출판업계 이해 부족한 원장” vs “대책센터에서 논의중”

기사입력2017-01-10 20:1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출판업계 대형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지난 2일 부도를 낸 이후, 출판업계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송인서적 부도사태에 따른 긴급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송인서적 부도로 인해 중소 출판계와 서점이 긴급한 상황을 맞았는데, 출판진흥원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특히 “출판업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원장을 ‘낙하산식’으로 임명해, 결국 이런 시급한 상황 속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출판업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사를 출판진흥원장으로 임명해 진흥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출판진흥원은 지난 2012년 7월 출판문화산업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다. 출판계 실태조사 및 정책과 제도연구, 인력양성, 제작 활성화 및 유통 선진화 지원, 출판수요 진작을 위한 사업 등이 주요 업무다.

이날 한국출판인회의 자료를 보면, 이번 부도로 인해 송인서적을 유일한 유통창구로 이용하던 500여개 서점을 비롯 약 2000여개 출판·서점 사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국회와 출판업계가 모여 긴급대책을 논하고, 긴급구제 자금투입이 거론될 정도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출판진흥원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출판진흥원 한 관계자는 1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책센터가 세워져 있으며, 추가적인 대책이 논의 중인지는 알아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러나 “무엇인가 해야하니 대책센터를 세우긴 했겠지만, 현재로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0일 열린 ‘송인서적 부도 긴급 간담회’ 자리에서는 출판업계 피해가 우려되는데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2월 임명된 출판진흥원 이기성 원장은 계원예술대학교 출판디자인과 교수를 거쳐 한국전자출판연구원 원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실제로 출판업계에 종사한 이력은 그의 부친이 운영하던 도서출판 ‘장왕사’에서 상무로 지낸 경력뿐이다.

윤 회장은 “부친 회사에서 일한 게 출판업계 경력 전부다. 전자출판업계 종사 경력도 사실 출판업계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며 “업계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아 출판진흥원장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현직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20~30년 전 출판업계를 떠난 인물을 진흥원장으로 세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판진흥원 초대 원장때는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이재호 전 원장은 한 보수언론사 출판편집인 출신으로, 당시 출판계 종사자 3명은 비상임이사직을 포기하며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이때 논란이 커지면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원장 자격요건에 ‘출판계 10년 이상 종사자’ 사항을 추가했다.

윤 회장은 “10년 종사자 조항을 추가하자 이번엔 그저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았다”며 “문체부가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고 하지만 심사위원도 문체부가 임명한다. 심사위원 제도를 엄격하게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