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위해 막바지 실수 없도록 하자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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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프로젝트 위해 막바지 실수 없도록 하자고 할 때 Sports Metaphor(American Football) ⑥carry the ball, stop at the one-yard line, spike the football, tackle, Hail Mary pass

기사입력2021-07-26 13:26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지난 글에서 미국사람들이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에 그토록 열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 자체가 그들의 삶 속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식축구에서 공을 소유하고 4번의 공격 기회 때(within four downs) 10yard를 나가면 다시 공격권이 주어지는 경기 모습이, 서부 개척시대 때 한 인디언 마을과 종족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한 후 다음에 개척할 땅을 또 쳐들어가던 그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미식축구의 하이라이트는 터치다운(touch down)이다. 공격을 연속적으로 성공시켜서 상대방 진영의 끝인 end zone에 이르는 것을 터치다운이라고 한다. 크게 2가지 공격방식이 있다. running back이 공을 들고 적진을 뚫고 전진하는 것을 ground attack이라고 하며, Quarterback이 wide receiver에게 공중으로 공을 던져 전진하는 것을 air attack이라고 부른다. 미식축구 경기의 용어 자체가 전쟁 용어를 그대로 쓰는 점이 이 경기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잘 드러낸다. 이 2가지 방식의 공격을 섞어서 적의 치열한 저항과 방어를 뚫고 마침내 상대방의 end zone에 도달하는 것은 마치 인디언 종족을 완전히 몰아내어 일정 면적의 땅을 차지한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running back이 quarterback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아서 전진을 시도할 때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절대로 공을 놓쳐서는(fumble) 안될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전진해서 공격을 지속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은 이 상황적 뜻을 은유 확대해 ‘carry the ball’이라는 표현을 ‘to be responsible for getting something done(어떤 일을 하도록 책임을 맡다)’의 뜻으로 잘 쓴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팀장으로서 팀을 이제까지 잘 이끌어 왔는데, 해당 산업분야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새 인물이 팀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수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I’ve been carrying the ball so far for this team, but we need a new leadership to cope with new changes in the industry.

quarterback을 중심으로 모든 공격선수들이 고생과 노력 끝에 상대방 진영의 거의 끝까지 가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려는 순간 마지막 공격 기회 때 one yard를 남기고 상대방 수비에 막혀서 득점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이때 느끼는 허무함과 좌절감을 은유 확대한 표현이 ‘stop at the one-yard line’이다. 이 표현은 거의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잘못해서 일을 그르친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잘 쓰인다.

예를 들어서 팀장으로서 현재 프로젝트를 최종 성사시키기 위해 팀원들에게 절대로 막바지에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뜻을 이 표현을 써서 다음과 같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We’ve been working so hard to get this project done. We’re at the final stage and we must finish strong. We don’t want to see the team stopped at the one-yard line.

모든 선수가 협력해 온갖 고생과 노력 끝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나면 그 선수는 기쁨과 흥분 속에 자축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이때 선수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 미식축구공을 땅바닥으로 강하게 내던지며(spike the football) 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용인이 되지만 종종 선수들이 승부의 분수령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하고 난 후 지나치게 흥분해서 상대방을 조롱하는 의미가 담긴 춤이나 제스처(gesture)로 튀는 자극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비신사적인 행동(unsportsmanlike conduct)으로 간주해서 이어진 공수 교대 때 10-yard penalty를 받게 된다.

상대방 진영의 거의 끝까지 가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려는 순간 마지막 공격 기회 때 one yard를 남기고 상대방 수비에 막혀서 득점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이때 느끼는 허무함과 좌절감을 은유 확대한 표현이 ‘stop at the one-yard line’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이 2011년에 미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9·11 테러사건의 원흉인 Osama bin Laden을 마침내 사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연설한 바 있다.

I think that Americans and people around the world are glad that he is gone. But we don’t need to spike the football. And I think that given the graphic nature of these photos, it would create some national security risk. (나는 미국 사람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을 땅바닥에 내던지는 식으로 자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들이 끔찍한 모습을 담고 있으므로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식축구 경기에서 ‘spike the football’이 어느 때에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인지를 알면,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연설에서 이 은유 표현을 쓴 취지와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나친 행동으로 자축하면 오히려 적들을 자극해 자국 안보를 헤치는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이 예는 한 언어에서 쓰는 은유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깊은 역사문화적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수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미식축구 경기는 다른 경기와는 달리 수비선수들이 공격선수들보다 훨씬 공격성(agressiveness)이 강하다. 자기 진영으로 공을 잡고 뛰면서 전진하려는 running back이나 패스를 받아서 뛰는 wide receiver들을 과감히 온몸을 내던져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식축구에서 널리 쓰이는 이 용어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이 단어를 ‘to make an effort to deal with a difficult situation(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의 뜻으로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은유 확대해 잘 쓴다.

‘tackle the crisis’ 혹은 ‘tackle the problem’ 같은 굳어진 연어(collocation) 표현이 널리 쓰이는데, 이 표현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나 문제를 공을 잡고 맹렬한 속도로 자기 진영으로 돌진하는 덩치가 크고 날쌘 태클로 쓰러뜨리기 어려운 선수에 비유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한국이 세계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와 경제 위기라는 2가지 복합적 위기를 모두 잘 극복한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Korea has set a good example of how to tackle the dual crises of Covid-19 and economic crisis.

끝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미식축구 문화라는 배경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흥미로운 은유 확대 표현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식축구 경기에서 경기 막바지에 몇 초 밖에 경기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50yard 이상을 단 한 번의 패스(pass)로 터치다운을 성공시켜야 동점이나 승부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던지는 패스를 ‘Hail Mary pass’라고 한다. 이때 quarterback은 end zone에 큰 포물선을 그린 공을 던져 넣어서 공격선수가 운이 좋게 극적으로 공을 잡기를 바라는 식으로 던져 넣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이 패스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가톨릭에서 매우 중요한 기도 중의 하나가 성모송인데 이것을 영어로 ‘Hail Mary’라고 한다. ‘성모님께서 도와주셔서 이 마지막 패스가 공격선수가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의 심정을 담고 던지는 패스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1930년대에 대학 축구경기 중 노트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 대학팀이 그런 플레이를 했을 때 처음 쓰였다고 한다. 이 대학의 이름 자체가 성모님(notre dame=our lady)을 뜻하므로 결코 이 일화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후 프로팀들의 경기에서도 이 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유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노트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톨릭계 명문 대학 중의 하나로서 아이비리그 학교(Ivy League Schools) 수준에 버금가는 명문 대학일 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팀이 수려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