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상이 나오는 전자책을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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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음악·영상이 나오는 전자책을 상상하라 프로그래머·음악가가 책 제작…기존 종이책 개념 벗어나야

기사입력2014-11-10 14:0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Ebook 프리미엄 특강’에서, 오렌지디지트 변계섭 대표가 ‘EPUB3와 디지털콘텐츠의 효과적인 융합’을 발표하기 위해 소개한 전자책. 화면에 나타난 턴테이블이 음악과 함께 회전하기 시작한다. ©중기이코노미

화면에 음악가의 사진과 턴테이블 하나가 등장한다. 턴테이블이 회전을 시작하자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온다. 새로운 mp3플레이어가 아니다. ‘출판’돼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을 시연한 것이다.

‘2014 디지털북페어코리아’ 행사 일환으로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과 한성대학교 스마트창업터가 7일 공동주최한 ‘Ebook 프리미엄 특강’에서, 오렌지디지트 변계섭 대표가 ‘EPUB3와 디지털콘텐츠의 효과적인 융합’을 발표하기 위해 소개한 전자책은 기존에 한국 소비자들이 흔히 ebook서점에서 구매해 온 전자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종이책을 그대로 pdf 또는 ePub 등의 파일 포맷으로 만든 듯한 기존의 전자책들은 스마트폰이나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해 읽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종이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e-ink와 같이 종이책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단말기 패널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 기술은 물론 기존의 패널로 책을 장기간 읽으면 눈이 피로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e-ink가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을 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책을 읽는 것이 낯선 소비자들에게서 보다 잘 받아들여지는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변 대표가 말하는 전자책은 종이책을 파일로 옮긴 수준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 사진이 결합된 새로운 출판물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이같은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종이책을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변 대표는 크게 네 가지 분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은 프로그래머의 참여가 필요하다. 전자책을 만드는데 가장 필수적인 인력이지만, 정작 프로그래머들은 전자책에 대해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변 대표는 “한국의 산업형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프로그래머)를 전자출판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 활발하지 않다”고 했다. 프로그래머들 중 출판업계를 IT업계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접하는 전자출판 중 상당수는 종이책 파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자책의 장점은 영상, 음악, 각종 프로그램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을 살린 전자책이 한국에서도 차츰 늘어가고 있다. 사진은 ‘2014 디지털북페어코리아’ 모습 ©중기이코노미

두 번째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어떤 색감으로 다가갈지, 어느 색상 어떤 패턴을 좋아하는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자책 제작 과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원활하지는 않다. 변 대표는 종이책을 잘 제작해 만든 어느 출판사가,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영입한 그래픽 디자이너와 갈등을 겪은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하는데, 종이책 만들던 출판사와 그래픽 디자이너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여행서적 등을 만들려면 사진작가들이 필수다. 변 대표는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에는 그들의 철학이 담겨있다”며 “이런 생각을 전자책에 담아내기 위해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디오 및 음원 제작자도 필요하다. “작곡가, 가수들, 여러 직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전자책 제작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특히 변 대표는 “전자책에서 오디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다”며 “영상을 만들 때도 음원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전자책 제작을 서로 다른 잡 카테고리에 있는 사람들을 융합시켜 새로운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포맷을 저희 오렌지디지트에서는 EPUB3이라고 생각한다”며 EPUB3 포맷에 기반한 전자책 에디터와 컨버터, 서버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최근 젊은이들은 종이책을 잘 안 읽는다. 스마트폰이란게 나오면서부터 간결한 정보를 받는 것을 선호하고, 길고 읽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길게 생각하고,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것들은 도전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고, 전자책과 공존할 것이다. 시장이 없어지지 않고 종이책과 전자책은 서로 다른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최근 LTE-A 등 이동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책 사이즈가 커도 다운로드받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 또한 새로운 포맷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IT기업들의 무제한적인 확장능력으로 인해 전자책 시장의 확대가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