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100배 키운 PEF, 질적으로는 “글쎄”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덩치 100배 키운 PEF, 질적으로는 “글쎄” 재무적 투자 치중하느라 모험자본 역할 못해

기사입력2015-03-10 16:11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0년간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폭발적인 외형 증가세를 보인 이면에, 경영권 인수(바이아웃)보다는 재무적 투자에 치중하면서 모험자본으로서의 기능은 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PEF 도입 10년간의 변화’ 자료에 의하면, 국내 PEF는 처음 도입된 2004년 당시 2개에 약정액 4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말 277개 약정액 51조 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약정액도 0.4조원에서 51.2조원으로 100배 이상 커졌고, 이행액 역시 0.3조원에서 31.8조원으로 덩치를 불렸다.

<자료=금감원>

먼저 등록 PEF는 2004년 2개, 2007년말 44개에서 2014년말 현재 277개로 늘었다. 특히 금감원은 2009년을 저점으로 PEF 설립과 운용실적이 있는 운용자가 재설립하는 PEF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PEF 운용에 관한 전문성을 위주로 운용자를 선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는데, 연도별 신설 PEF 대비 재설립 PEF 수의 비율은 2009년 51.4%에서 2014년 91.5%로 급증했다.

한편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대형 연기금들이 PEF 출자를 주도하면서 2010년 이후에는 프로젝트 PEF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프로젝트 PEF는 투자대상 기업을 사전에 정하고 설립되는 PEF로, 따로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GP의 운용능력을 기초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블라인드 PEF와 대별되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연도별 신설 PEF 중 프로젝트 PEF의 비율은 2007년 36.8%에서 2009년 59.5%, 2011년 46.5%, 2013년 68.9%, 2014년 74.6%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년간 PEF가 투자한 회사수는 총 690사였는데, 금감원은 국내투자와 달리 엄격한 PEF 운용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투자 실적이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투자기업 대비 국내기업 수의 비중은 매년 9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제도 도입시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 PEF 투자가 바이아웃 투자보다는 단순 재무적 투자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다만 재무상황이 악화된 기업의 자산매각 참여 등 기업 구조조정에는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PEF가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모펀드 유형을 단순화하고 운용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기업재무안정 PEF 투자범위 확대, 영업양수 및 합병을 통한 신설법인 투자 허용 등 지원방안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