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협박에 플랫폼 갑질방지법 미뤄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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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美 관세협박에 플랫폼 갑질방지법 미뤄선 안돼 관세협상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다시 무산되지 않기를

기사입력2025-07-30 00:00

이연주 객원 기자 (yologolo@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이연주 간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례 없는 무역관세 장벽을 세워, 전세계 외교통상 흐름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수차례 협상 테이블에서 관세 주제와 주요 요구사항을 뒤엎고 일방적으로 일정을 연기하면서, 한국 정부와 관세협상단을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부터 쌀과 소고기 시장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인상 등의 내용이 협상사항으로 거론되었다. 모두 2012년 경 한미 FTA조약을 통해 이미 농수산 시장을 개방하고, 상호관세 철폐 계약을 맺었던 내용을 번복하는 것들이다. 해당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 책정에는 마땅한 논리도, 근거도 없다.

미국이 동맹국을 대하는 태도, ‘양심’ 찾아볼 수 없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대표부는 무역통상 과정에서 일관되게 무례하고 폭력적이며, 동맹국에 대한 그 어떤 존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관세 협상카드 중 하나로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등 디지털 경제에 대한 규제 완화’를 거론하며, 국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간섭하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몰염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논의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거래공정화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시장을 독과점한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지정해 해당 사업자들의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멀티호밍 제한’, ‘끼워팔기’ 등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이다. 후자는 플랫폼 기업과 이용사업자 간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정보 및 협상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법안이다. 핵심적으로 ‘판매대금 정산기일 단축’, ‘부당한 수수료 차별 행위 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단체 구성 및 협상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은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대해 ‘미국 기업을 특정하여 부당하게 규제한다’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구글, 애플, 메타 등 거대 미국 기업에만 해당 법안이 적용되고, 중국 플랫폼 기업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명시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기준’(발행주식 평균시가총액이 15조원 이상이면서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월평균 이용자수 1천만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 수가 5만개 이상에 해당하는 사업자…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김남근의원 대표발의)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기업들이 포함되고, 해외 기업 중에서는 미국의 구글, 애플이 유력한 규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이유는, 시장을 독과점한 거대 기업으로서 시장지배력 성립 여부에 따른 것이지, 단순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또 다시 무산돼선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미국의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오는 8월에라도 민생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부와 국회는 민생을 ‘협상카드’로 삼으려는 것인가

다양한 산업구조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많은 시민들의 일상은 플랫폼 기업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 행위, 즉 ‘갑질’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어 플랫폼 이용자의 권리가 바로서지 못하고 있다.

현안으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 기업의 시장독점에 따른 사회적 피해다. 두 거대 기업이 시장독점 경쟁을 위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며 수수료 갑질,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등의 불공정행위를 저지르며 플랫폼 이용자와 노동자에게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입점업체는 주문금액 당 30%에 가까운 수수료를 강제로 플랫폼에 내는데, 라이더의 건 당 운임료는(무료배달 시행 이후) 2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소비자는 월 정액 멤버십 요금제를 내면서 배달비용이 반영되어 인상된 음식가격을 지불한다. 시장을 독점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갑질’이 폭주하는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이용자와 노동자를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는 도대체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지난 7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온라인 플랫폼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세협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8월 1일 이후에 다시 검토한다며, 민생입법인 온라인 플랫폼법 논의를 미뤘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론’에 막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무산됐다. 반면, 22대 국회와 이재명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민생 앞에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야당시절부터 온라인 플랫폼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민생에 앞장서겠다 다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배달문화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12·3 위헌계엄 선포로 민생경제가 무너지고 100만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시점에서 수많은 중소상인, 자영업자에게 이러한 약속과 다짐을 해놓고, 이제와서 관세협상의 카드로 내걸어 또다시 민생을 좌절에 내모는 것인가.

통상 리스크로 ‘온플법 제정’ 나중에?…결국 의지의 문제

유럽에서도 디지털경제 민주화와 독점 규제를 위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해 국내 플랫폼 이용자를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유럽연합은 미국 무역협상에서 디지털 규제 법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유럽에서 디지털서비스법을 무산시키면, 다른 국가들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까지 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미국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 등과 간담회, 면담 등을 진행하고 기업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국회 정무위에서는 민생입법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민생경제를 강조하며 민생회복을 앞세운 만큼 플랫폼 산업 내 공정경쟁 질서 구축에 대한 새정부의 의지에 기대를 걸었던 자영업 단체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 내에서 ‘나중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이커머스, 물류, 배달앱, OTT 시장을 가장 빠르게 독점하며 폭주하고 있는 쿠팡과 같은 거대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나중에’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또 다시 무산돼선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미국의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오는 8월에라도 민생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이연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