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근로조건과 ‘다른’ 채용공고 문제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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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실제 근로조건과 ‘다른’ 채용공고 문제없을까 채용 후 정당한 사유없이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돼

기사입력2025-07-31 09:47

김현희 객원 기자 (khh@songdam-hr.com) ㅣ다른기사보기

송담 노무사사무소 김현희 대표노무사

사용자가 채용공고에 제시한 근로조건은 구직자가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므로 공고내용에 대한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입사 이후, 채용공고에서 안내된 근로조건과 다른 조건을 제시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정규직으로 채용공고를 냈지만 입사 후에는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제시된 임금보다 감액된 금액을 통보하는 경우 등이 있다.

구직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입사를 준비하는데, 채용공고가 실제와 달랐다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채용공고가 실제 입사조건과 상당부분 다를 때, 사용자에게 어떤 법적 책임이 따를까, 그리고 구직자는 어떤 대응이 가능할까.

법적으로 채용공고는 ‘청약’이 아닌 ‘청약의 유인행위’로 본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 제안단계일 뿐 채용공고만으로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원자가 입사지원서를 제출함으로써 비로소 근로계약에 대한 청약이 성립하고, 회사가 최종 합격통보를 함으로써 계약이 완성된다. 그러나 채용공고가 단지 근로계약 성립 이전 제안단계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허위이거나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는 구직자보다 정보상의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해 고의 또는 과실로 근로조건을 임의로 변경하는 경우 구직자는 심각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 채용절차법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구직자를 채용한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사회통념상 채용광고의 내용을 변경할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용공고 내용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더라도 채용절차법 위반이 아니다. 단순히 회사 사정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공고를 올릴 당시에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변경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사정이 발생했는지, 회사의 입장에서 다른 방법이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는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예컨대, 경력자를 채용과정에서 본래 구인하려던 조건보다 지원자의 경력이 부족한 경우, 면접 등 채용과정에 있어 지원자의 경력을 고려해 임금과 시용계약기간 등에 대해 조정을 했고 지원자와 회사 간 합의를 해 채용이 결정됐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단순히 담당자의 실수로 오기재했다는 사정은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면서 공고에는 없었던 수습기간을 둘 경우에도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볼 수 있을까?

관련해 수습계약과 시용계약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수습은 본채용 후 업무능력을 위한 훈련기간인 반면, 시용기간은 본채용을 결정하기 위해 근로자의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간에 해당하므로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습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정규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수습계약을 둘 수 있으므로 채용공고에 없던 수습기간을 적용한다고 하는 것은 채용절차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에 정규직 채용공고를 올려놓고 기간제 계약으로 채용하거나 시용계약으로 채용한다면 채용절차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채용절차법은 상시근로자수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19조에서 동법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및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채용 이후 근로계약서 상의 근로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할뿐, 채용공고와 다른 근로조건이 제시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비록 채용절차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이와 별개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조직 내 신뢰 훼손과 외부적으로 평판 리스크의 위험이 있으므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