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엑시트 기회 보장해야 공정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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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액주주 엑시트 기회 보장해야 공정한 자본시장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해 독식구조 바로잡고 신뢰 회복해야

기사입력2025-07-28 09: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티웨이홀딩스의 소액주주들이 최근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주주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일반 주주는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하는 구조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주주연대에 따르면, 올해 2월 예림당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티웨이홀딩스 지분 전량을 대명소노그룹에 매각하면서 경영 효율성과 자금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예림당이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고가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은데 반해, 소액주주들은 소외됐다는 것이다. 예림당은 주당 4776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주식의 가격은 600~700원대에 머물렀다. 대주주에게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보장됐지만 같은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아무런 매각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주주연대는 이를 “상법상 이사에게 부여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제도적 개선 없이는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고액 프리미엄 매각으로 소액주주들이 희생되는 불공정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며,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특히 소액주주)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경영권 프리미엄 독식을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엑시트(Exit) 기회를 보장하면서 공정한 자본시장 형성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도 의무는 아니지만 공개매수 절차에서 강한 공시 의무를 요구해 소액주주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도입했지만, 외환위기 당시 기업 인수 부담이 커진다는 이후로 폐지되며 현재까지 대주주가 고가에 경영권을 넘겨도 소액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내 자본시장 건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자본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티웨이홀딩스 사례처럼, 대주주만 초고가에 지분을 매각하고 소액주주는 아무런 기회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더 이상 정당화되면 안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2년 내 한국 코스피 지수가 5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망의 전제 조건은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경우’였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여부는 한국 자본시장이 ‘공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주주의 독식 구조를 바로잡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불공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무공개매수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