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 없이 임기시작하는 새 정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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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시작하는 새 정부 과제는 대외 불확실성부터 대내 경제상황까지 난제 쌓여있다

기사입력2025-06-0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번 대선은 탄핵으로 대통령 궐위가 발생한데 따른 궐위선거여서, 통상의 선거와 달리 대통령 임기가 대선 다음날 즉시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궐위선거로 치러진 2017년 5월 9일의 대선 사례를 보면,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오전 8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열리고 당선인의 결정을 의결한 8시 9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시작 시점에 군 통수권도 이양돼, 문 전 대통령은 임기시작과 함께 합참의 보고를 받았다. 이번 선거의 당선인 역시 6월 4일 오전 8시 중선관위의 의결 시점에서 임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의 대선과 무엇이 다른지를 보면, 정권 출범이 대단히 촉박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보통의 대선은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 두달 가량을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하기까지의 시간 동안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를 꾸릴 준비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지명했고,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임기 시작 전에 먼저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의 임기시작 후 첫 번째 결제는 청문회를 마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장관들의 임명안이었다.

이번 대선은 임기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만큼, 새로 뽑힐 대통령은 총리와 기재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 굵직한 정부구성 업무를 임기 전에 진행할 시간이 없다. 2017년에 한차례 경험했지만, 새 정부의 출범은 통상의 대선보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작부터 총리와 장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에, 대통령실 진용도 갖춰야 하는데 이 와중에 외교가 즉시 시작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내외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큰 문제다. 당장 대외환경이 하루하루 급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제무역법원이 행정부에 상호관세와 보복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조치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뒤이어 정부가 항소하면서 앞선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를 신청해 관세조치의 효력은 되살아났으나,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관세조치의 불확실성 고조에 전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환경에 대내상황까지 악화되면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과 KDI는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 전후에서 0.8%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기존 전망치가 거의 반토막나다시피 했는데, 글로벌 IB 등 해외기관들의 전망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관세조치로 인한 수출감소에 소비위축이 겹친 탓이다. 국내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소비자들의 경제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가 크게 위축됐다. 당장 새정부는 낮아진 경제성장률, 줄어든 세수, 위축된 소비 등 난제들을 떠안게 됐다.

상황이 어렵지만 비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지난 3월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불확실성 지수가 10p 증가하면, 6개월 뒤 국내 설비투자가 8.7% 감소한다. 최근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60개월 내 최대로 상승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우려됐다. 반대로 보면, 대선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은 경제에 희소식이다.

새 정부가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치고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준다면, 경제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선거기간 내놓은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막중한 책임을 맡겨준 유권자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성공적으로 임기를 수행할 것을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