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보다 감세?…경제위기 속 무책임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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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민생보다 감세?…경제위기 속 무책임한 국회 국회는 재정정책 적극 추진하고, 민생 예산을 확대해야

기사입력2025-03-04 09:3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모두가 체감하듯이, 우리 경제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고금리 압박 속에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시민들의 삶이 갈수록 힘겨워지는 이때, 국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결정이 국회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민생 안정보다 특정 계층을 위한 감세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상속세 완화이고, 여야는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K칩스법’을 신속히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민생 추경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더 얘기하기도 입 아픈 ‘민생 위기’

민생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3%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2.7% 상승했다. 반면, 2024년 연간 실질임금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에서 2024년 1분기 말 1.52%로 약 3배 증가했으며, 2024년 3분기에는 1.70%로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2024년 3분기 2.03%로 10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이자 부담 속에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으며,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출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감세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그것도 서민이 아닌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감세정책을 우선하는 국회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민 감세’가 말이 안 되는 이유

‘서민 감세’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애초에 서민층은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감세효과도 미미하다. 감세는 보통 세율 인하나 공제 확대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

근로소득세 감면도 소득이 높을수록 감면액이 커져 결국 ‘부자 감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22년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세 최하위 과표를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상향했다. 그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진과세 체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다.

또한, 감세로 인해 정부 재정이 줄어들면 복지 예산이 삭감돼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세수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세·간접세가 인상되면, 오히려 서민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감세가 소비진작 효과를 내기도 어렵고, 부동산·자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초래해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결국 서민 감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조세 형평성을 해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대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불필요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민생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감세…상속세 완화가 초래할 문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17.7%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포인트나 하락했다.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조세 정책과 누적된 부자 감세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 합계는 GDP 대비 7.3%로, OECD 평균인 8.3%를 밑돌고 있다. 이미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추가적인 감세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상속세 완화 논의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이 제안한 상속세 완화안의 수혜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등 대선 당시 민주당이 열세였던 지역의 부유층이 주요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법인세 추가 감세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 공제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상속세 부담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공제 한도를 높이고 세율을 낮추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가족 초상을 치르고 슬픈데 상속세를 못 내서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건 잔인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18억원짜리 주택을 상속받더라도 실제 상속세 부담은 1억8천만원 수준이며, 현행법상 배우자가 재산을 상속받으면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잔인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입장만을 대변할 뿐, 집 한 채 없는 국민 절반을 외면하는 위선적인 담론이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부모 잘 만나서 세금 내고도 16억2천만원을 상속받는데, 이게 비인도적인가? 빚이 많아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3만명인데, 오히려 십수억씩 상속받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야말로 비인도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상속세 완화는 부유층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상속세는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하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완화하면 고액 자산가들은 더욱 유리한 입장에서 부를 세습하는 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조세 부담이 줄어들어 민생과 복지를 위한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기획재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재정건전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표심을 의식해 감세 경쟁을 벌이며 조세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감세 경쟁은 장기적으로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할 것이다.

국회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런 민생 추경에는 소극적이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 긴급복지 지원, 실업급여 확대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지만, 국회는 감세 논의에만 몰두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낮은 조세부담률과 작은 재정 규모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인기 영합적인 감세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대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불필요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민생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부자 감세’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당장의 표를 얻겠다고 재정기반을 무너뜨리면 정권을 잡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겠나.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