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교와 맞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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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단색화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교와 맞닿아” 슈퍼컬렉터 ⑬농업 재벌 부디 텍(Budi Tek)

기사입력2017-12-20 10:12

김현성 객원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중국계 인도네시안이자 농업재벌인 부디 텍(余德耀)은 2011년 아트옥션(Art & Auction)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0대 컬렉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건 한국의 단색화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컬렉션을 시작한 이후부터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로 서울에서 열린 단색화 전시를 보고 감명을 받아 2016년에는 자신이 설립한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 ‘단색화’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단색화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교의 철학과 맞닿아 있고, 중국이 문화혁명 이후 줄곧 놓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망하고 있다며, 중국미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단색화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술이 날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부디 텍이 현대미술작품에 사로잡혀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중국의 4대 천왕으로 알려진 팡 리쥔이나 장 샤오강의 작품 ‘창세편’을 62억원에 구입하는 등 세계현대미술을 쥐락펴락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후 10년 동안 그가 수집한 작품 수는 무려 1500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에 한 점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셈. 단기간에 이룩한 거대한 컬렉션 규모와 열정은 누구와도 비견되지 않을 정도다.

부디 텍의 컬렉션 스타일에는 철학이 있다. 기준은 단순하다. 작품이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지, 세계미술계에 기여하는 작품인지라는 것. 그래서 컬렉션 초기에 중국 동시대 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1980~1990년대 페인팅 작품들을 주로 매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유즈미술관<출처=yuzmShanghai_org>

중국 역사는 5000년이 넘었지만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은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됐으며 자신은 그 때의 현대미술작품을 보존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단색화 또한 한국의 미술사적 맥락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해 수집했다. 또 한국의 젊은 작가인 임태규, 서도호 등의 작품을 컬렉션 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그는 유럽의 현대미술작품에도 관심을 보이며 독일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의 페인팅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유즈미술관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부디 텍은 2006년에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싱가폴 자카르타에 유즈미술관(Yuz Museum)을 열었다. 그 후 2014년에도 상하이 인근 지역의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9000㎡ 규모의 두 번째 유즈미술관을 개관했다. 메인 갤러리의 넓이가 3000㎡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유즈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격납고의 역사적 스타일을 유지하고, 거대한 미술 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물의 공간을 재설계했다. 개방된 입구 홀은 청록색의 나무와 오래된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밝고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일본 건축가 후지모토(Fujimoto Sou)가 설계했다.

상하이 유즈미술관을 설립할 당시 토지는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했다. 사립미술관을 정부와 민간기업이 합작 투자해 지은 것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유즈 재단을 비정부기관(NGO)에게 양도하고, 유럽의 미술관들처럼 이사회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노선을 추구하는 부디 텍은 결국 두 곳의 유즈 미술관을 모두 대중들이 소유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로 만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중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나는)정부 관리들에게 예술은 과학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예술의 관점에서 중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미술관 운영뿐 아니라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품을 기증하며 세계미술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최근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홍콩 아트바젤 라운지에서 열린 토론에서 그는 병이 자신의 삶의 지평을 바꾸어 놓았고, 여전히 호흡하고 살아있으며, 여전히 자신이 유용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