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노동’ 아닌 ‘노동을 위한 삶’ 사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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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삶을 위한 노동’ 아닌 ‘노동을 위한 삶’ 사는 직장인 노동자 휴식권 보장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으로 돌아온다

기사입력2018-05-02 19: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남북정상이 연내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하자,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자신의 SNS에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종전이란 비무장지대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평양관광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차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리스본까지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들 마음의 공간이 훨씬 넓어진다는 뜻입니다”라고 했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는 서울역이 중국을 오가는 국제용으로 활용됐다니, 최소 65년만에 우리 국민들은 서울역으로부터의 해외여행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서울을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신의주 풍경을 보고, 러시아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려면 하루이틀 가지고는 안될 것 같다. 연차를 다 모아도 될까말까 하다. 대륙횡단열차가 개통돼도 그저 관념 속에서만 즐겨야 할지 모르니, 직장인의 비애란게 이런 것인가 싶다.

매년 달력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참 대한민국 국민들 제대로 못 쉬고 있구나. 기껏해야 3~4일 정도 휴일이 몰렸으면 연휴란다. 여기에 주말까지 이어지면 ‘황금연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대한민국도 마치 휴식이 보장된 사회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직장인들은 ‘삶을 위한 노동’이 아닌 ‘노동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호주로 떠났던 신혼여행, 도착과 함께 밀려오는 그 자유란 지금 생각해도 설렘이다. 하지만 당시 현지인 친구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왜 이렇게 짧게 오냐”고 팩트폭격을 했다. 당시 호주 여행은 7일을 계획하고 갔다. 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면 평균 보름 정도는 머무니, 그들이 일주일을 잠깐의 휴식 정도로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식월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로 과장이상 승진자나 장기근속자가 대상이고, 안식월 휴가를 통해 그간의 회사생활을 돌아보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한 것이다. 달리는 기차도 한 번쯤 쉬어가야 한다. 녹슨 것, 고장난 부분을 정비하고 새로 달릴 힘을 주는 것이다.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으로 돌아온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대륙횡단 열차가 개통될 즈음이면, 탁상달력 맨 마지막 장에 부록으로 달린 ‘Sorry I am on vacation’ 이란 페이지를 펴두고, 한달 동안 열차에 몸을 맡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