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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불편을 없애는 거듭된 혁신 ‘기계산업’
KTX·굴착기·농기계·스캐너 등…아시아 기계&제조 산업전
- 기사입력2024-11-04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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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의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고속철 전장품이 KTX 객차 하단에 설치된 모습을 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KTX를 탔는데 이전보다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면?, 몇백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다 읽지 못해 PDF 파일에서 Ctrl+F 단축키로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으며 누가 매뉴얼을 간단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이전에는 으레 넘기곤 했던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어느새 사라짐을 느끼고 편안해질 때 우리는 이걸 ‘발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발전의 중심에는 ‘기계’가 있다. 전기, 제조 등 산업계뿐만 아니라 인간이 풍요롭고 여유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매개체가 기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혁신을 거듭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지난 10월30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아시아 기계&제조 산업전(AMXPO 2024, Asia Machinery&Manufacturing Expo Korea)은 인류 발전을 이끌어 온 기계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장이었다.시대 흐름에 따라 기계도 변한다…KTX·굴착기·농기계사람이 타고, 조작하는 ‘기계’에도 트렌드가 있다.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그 발전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운송수단이다. 그중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KTX는 ‘속도 경쟁’에서 이젠 ‘힘과 안정성’에 집중해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은 ‘동력’에 있다. 동력을 분산해 승차감은 높이고, 호환성과 추진력을 높였기 때문이다.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는 KTX-이음, 청룡 등 신규로 개통해 달리고 있는 열차에 실제 적용된 고속철 전장품을 들고나왔다. 이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전장품은 열차를 움직이는 주요 핵심 부품으로 객실 칸마다 두 세트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TX-이음, 청룡에 적용된 고속철 전장품 모습. 오른쪽의 검정 부품이 모터다. ©중기이코노미전장품에는 전기를 받아 추진력과 제동력을 발생시켜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모터가 있다. 하지만, 모터 혼자서는 바퀴가 돌아가는 힘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모터를 구동하고, 추진 및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이 전장품에 들어 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모터를 돌려주는 인버터와 같은 셈이다.이 고속철 전장품은 객실 칸마다 설치돼 있기 때문에 동력 분산식이라고 부른다.동력 집중식인 KTX-산천 등 기존의 KTX는 전장품이 기관사가 운전하는 운전실 바로 뒤 칸에 몰려 있다. 따라서 그 한 칸이 뒤의 모든 열차를 다 끌고 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속력과 감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열차가 달리다가 멈출 때 ‘탕탕탕탕’ 소리를 내며 섰던 이유다. 또한, 한번 고장이 발생하면 모든 객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효율성도 떨어졌다.하지만, 최근의 전장품은 객차 하단마다 설치돼 있기 때문에 칸마다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고, 여러 개가 함께 철길을 회전시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빠르게 가속 및 감속이 가능하다. 또한, 전장품 중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객차에서 이미 힘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행할 수 있으며, 다른 칸으로 옮기기도 쉬워 호환성도 뛰어나다.이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요즘 추세는 동력 분산식”이라며, “최근 배터리 화재가 이슈인데, 국제규격에 비해 한국법의 기준이 월등히 높다. 이에 화재 안전장치 등 최근의 이슈들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자신했다.
HD 현대인프라코어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VR 시뮬레이터를 운행하는 동안 옆에서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올해 개발한 이 장비는 아직 론칭 전으로, 전시회에서는 데모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굴착기 등 대형차들은 복잡한 설계만큼 매뉴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에 사용자에게 좀 더 쉽게 기계 운용법을 알리기 위해 VR 시뮬레이터(VR SIMULATOR)를 들고나온 업체가 있다.HD 현대인프라코어 글로벌 AM/PS PS팀 김현준 책임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에 “모든 제품은 매뉴얼을 기본적으로 탑재해야 판매할 수 있다. 매뉴얼은 텍스트로 된 책자와 영상으로 된 웹베이스로 만드는데, 시간적인 한계와 용량의 제한이라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요즘 같은 쇼츠 시대에 많은 사람이 매뉴얼을 보는 걸 지루해하는 경향도 있다”며, “매뉴얼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매뉴얼은 이해하는 영역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에 커스터머 디지털 익스피리언스(Customer Digital Experience)라고 해서 고객이 경험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만약에 엑셀을 똑같은 가격에 구매해 사용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80%의 기능을 쓸 것이고, 어떤 사람은 50%도 그 기능을 쓰지 못할 거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 타깃 달성이 안 된 거다”라며, “굴착기 사용 설명서도 이 장비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고객이 쓸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이유는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VR 시뮬레이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타깃으로 올해 개발한 VR 시뮬레이터는 운영과 유지보수 등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 장비를 운행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 장비를 고치는 테크니션(Technician)까지 대상으로 한다.김현준 책임매니저는 “지금은 굴착기에 사람이 매달려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서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품이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더 디벨롭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고, 자동차 대리점에 가면 시승할 수 있듯이 각 딜러 법인, 트레이닝 센터, 더 나아가서 대리점마다 설치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올해 개발한 주강로보테크의 전동 가위 모습. 전동 그리퍼가 빨대를 집어서 건네면 전동 가위가 이를 인지하고 정확하게 자른다. ©중기이코노미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작물을 수확하는 스마트팜을 타깃으로 ‘전동 가위’를 들고나온 업체에도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주강로보테크 자동화기술팀 서울사무소 김창준 소장은 “아직 업계에서도 출시한 적이 없는 제품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다”며, “농장에서 사과나 포도 같은 열매를 수확할 때 따는 것보다 줄기 쪽을 잘라야 하는 공정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가위를 들고 잘라야 했기 때문에 어깨나 팔에 힘이 계속 들어가고, 인건비도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수확물의 줄기만 자르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정확하고 빠르게 ‘스캔’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다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오차 범위는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필수로 이행해야 한다.영인에이티(YOUNG IN AT)는 트래커 타입의 무선 3D 스캐닝 시스템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계측기술팀 김영환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에 “부스 상단에 CCTV처럼 보이는 게 트래커인데, 가로, 세로, 높이 3.5m 정도 되는 공간을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다”며, “스캐너를 통해 이 트래커가 획득한 데이터가 모니터에 나타난다. 이를 통해 검사를 하거나 역설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즉, 도면 정보가 없는 제품을 벤치마킹하거나 모디파이(modify)할 때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해서 도면화까지 해준다는 말이다.올해 6월에 출시한 이 스캐너는 1.3kg의 무게에 57cm의 콤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됐고, 무선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하며 스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장된 배터리의 사용 시간은 2~3시간이며, 0.02mm(20 micro)의 정확도에 공간 정확도라는 개념을 추가했기 때문에 3.5m를 측정한다고 했을 때 0.064mm(64 micro)의 정확도를 보장한다.김영환 과장은 “일체형 휴대용 3D 스캐너의 경우 포지셔닝 타킷이라고 하는 마커가 필요한데, 트래커형 타입의 3D 스캐너 제품을 쓰면 마커를 붙일 필요가 없다”며 1m 이상의 중대형 부품 측정에 용이하다고 했다.
영인에이티 김영환 과장이 트래커 타입의 무선 3D 스캐닝을 통해 자동차 표면을 검사하고 있다.
에이치아이티오토모티브의 스마트스캔이 80MP의 카메라 해상도와 특허 받은 광학 줌 투사로 자동화 검사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제품의 요소 및 특징에 따라 소프트웨어 설정을 변경해 측정 영역의 크기 또는 측정 해상도를 변경할 수 있는 스캐너에도 관람객의 관심이 쏠렸다.에이치아이티오토모티브(H.I.T Automotive) 메트롤로지팀 하재웅 과장은 “양쪽에 카메라가 스몰 베이스, 라지 베이스 두 개씩 총 네 개가 있다”며, “다른 구조광 방식의 스캐너는 넓은 범위를 측정하는 용도와 작은 범위용을 번갈아 가며 꼈다 뺐다 해야 하는데, 이 스캐너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그러다 보니 줌인과 줌아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해상도도 스마트 해상도라고 해서 5메가, 12메가, 20메가로 변경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 제품이 설계대로 잘 제조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캐드로 형상을 뜬 후 데이터와 오버랩을 하면 초록색, 붉은색, 파란색의 컬러가 형상의 범위에 나타나 오차 범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루인터내셔널의 한문영 부장이 3D 뷰 스테이션을 사용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값비싼 3D 캐드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한 뷰어 프로그램은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루인터내셔널은 이런 중소기업을 위해 독일의 3D 뷰 스테이션(3D View Station)을 들고나왔다.이 회사의 기술지원팀 한문영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한 회사에서 모든 3D 캐드 프로그램을 갖고 있을 수 없다. 한 프로그램당 평균 2500만원 정도 하고, 여기에 각종 모듈을 추가하면 5000만원에서 1억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다양한 고객사가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각각의 파일을 불러오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3D 뷰어 프로그램인데, PDF나 한글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도 뷰어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 프로그램은 70개가 넘는 3D·2D 파일 포맷을 지원하고, 500MB가 넘는 카티아(CATIA) 파일을 4초 만에 로딩한다.한 부장은 “정확한 치수뿐만 아니라 파트별로 중복되거나 충돌이 일어나는지 간섭 체크까지 해주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하청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현장에서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아무 PC에나 깔아놓으면 빠르게 불러올 수 있고,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것보다 1/5~1/10 정도의 가격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올해 초에 처음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 시장을 확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사용해 본 기업들은 쉽고, 빠르다며 반응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