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이야기와 관계의 복잡성을 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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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소수자’의 이야기와 관계의 복잡성을 다루다 정철규 작가 ‘답장부탁드립니다’…12월24일까지 파주 아트스페이스 휴

기사입력2024-12-04 09:38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정철규 작가의 개인전 ‘답장부탁드립니다’가 지난 11월20일부터 시작해 12월24일까지 파주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관계의 실패담을 고백하는 누군가의 방을 펼쳐 놓은 듯한 분위기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벽면에는 17년간의 11월 달력을 수놓은 손바느질 실드로잉 작품 17점이 나란히 걸려있고, 바닥에는 이별을 고하는 내용의 편지를 색연필 드로잉으로 제작한 설치작품이 놓여있다. 작가는 이 전시가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읽어 내려가는 듯한 기분으로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철규 작가는 2020년부터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2020~)는 ‘전달인터뷰’ 방식으로 실제 또는 허구의 남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브라더 양복점’(2021~), ‘짝사랑 실험실’(2022), ‘구름이 되었다가, 진주가 되었다가’(2023) 등의 전시와 작품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번 개인전 ‘답장부탁드립니다’로 연결된다.

정철규, 백 여덟 번째 이별 편지에 대한 답장1, 202×153cm, 옥스퍼드 원단위에 색연필 드로잉, 손바느질 실드로잉, 2024.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백 여덟 번째 이별 편지에 대한 답장1’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에서 전시된 소피 칼의 ‘잘 지내길 바래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정철규 작가는 소피 칼이 받은 이별 편지를 108번째로 해석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설정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곱씹고, 찢고, 다시 꿰매는 과정으로 제작된 이 편지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하며, 추후 소피 칼에게 메일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지금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와 ‘서성거리는 노크’ 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천 위에 수를 놓은 손바느질 실드로잉이나 색연필로 옅게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정철규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로 통용되는 수많은 관계의 생겨남과 사라짐의 쓸쓸한 흔적을 기록하고 기억하기를 시도한다”고 밝혔다.

정철규 작가는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8년 경기창작센터 입주를 시작으로 OCI미술관, 팔복예술공장,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을 거쳐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 ‘답장부탁드립니다’는 정철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인 소수자들의 이야기와 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의 독특한 표현방식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