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제상황 극복 위해 기업가 정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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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침체된 경제상황 극복 위해 기업가 정신 필요” 혁신 이끌어내는 힘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기사입력2024-12-18 17: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업가 정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AI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최근 개최한 특허로 개방형 혁신 컨퍼런스 2024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고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가 5년마다 1%씩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며 침체기를 경험하고 있는데, 고성장을 유지하던 한국경제가 활력이 떨어진 데는 중국의 부상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주력산업이었던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으로부터 추월당했다고 지적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은 망했다. 유럽에 아이디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혁신을 상업화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밝히며, 선진국을 표방했던 유럽국가들의 몰락을 한탄했다. 일본 또한 개혁 타이밍을 놓쳐 30년의 침체를 겪어야 했다. 일본은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회복을 시도했지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많은 혁신 기업들이 성장을 멈췄다. 고 회장은 이러한 실수를 닮아가지 않기 위해서 한국은 스타트업과 혁신적인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 경제는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GDP 성장 추세는 끊임없이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중국이 쫓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경제는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혁신적 글로벌 기업은=고 회장은 2000년대 이후 미국을 제외하고 혁신적인 기업이 유럽이나 일본에서 탄생한 적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엔비디아, 모더나, 오픈AI, 메타, 스페이스X,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기업은 모두 미국에서 생겨났다. 엔비디아의 창업자가 중국인이고, 모더나의 창업자는 프랑스 사람인 것을 보면, 이는 국적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고 회장의 주장이다. 기술과 아이디어의 부족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화해 혁신으로 끌어가는 시스템이 붕괴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 회장은 모든 혁신은 스타트업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특히 AI시대에서는 제너럴모터스 등과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같이 스타트업이었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된 기업들이 AI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AI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지는 못하다. 현재의 AI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은 스타트업인 오픈AI다.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된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어렵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위한 자유와 자율이 보장되는 스타트업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또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의 유일한 대안은 벤처라고도 했다. 미국에서는 4%에 불과한 벤처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6%의 벤처기업이 일자리 54%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을 이끌어내는 힘은=오픈AI의 샘 올트먼,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피규어AI의 브렛 애드콕, 테스라, 스페이스X의 일론머스크 등의 창업자는 모두 기술자가 아니었다. 혁신의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있고, 혁신을 성장시키는 힘은 기술이 아닌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것이 고 회장의 분석이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는 시대의 변화와 국가별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있어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기업가 정신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인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혁신을 통해 경제발전과 산업혁명을 이루는 기업가의 노력과 의지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라고 말했으며,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2010년 서울포럼에서 “한국의 경제, 사회 발전사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12일 개최한 특허로 개방형 혁신 컨퍼런스 2024에서 “기업가 정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AI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고 회장은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추락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를 분석한 결과, 1977년 72.3이었던 기업가 정신 지수는 2001년 이후 6을 기록했다. 고 회장은 공무원, 의사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시류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싹틀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 교육 필요”=기업가 정신은 교육이 필요하다며, 고 회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체계적인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1945년 하버드대학이 최초로 기업가 정신을 교육했으며, 1966년에는 기업가 정신 육성 NGO인 카우프만재단이 설립됐다. 1970년대에는 주요 대학에 M&A 교육과정이 개설됐고, 현재 100여개 대학을 기반으로 기업가 정신 센터가 설립돼 기업가 정신 고등교육이 확산됐다.

유럽에서도 1987년 기업가 정신 연구를 위한 유럽재단이 설립됐으며, 2004년 기업가 정신이 지식기반 사회의 기초역량이라는 의식 하에 기업가 정신 행동계획이 발표했다. 2006년에는 오슬로 아젠다를 통해 초중등 기업가 정신 교육을 의무화하고, 2009년에는 모든 유럽국가들에 기업가 정신 교육 의무화를 권고했다.

미국 아리조나 대학의 연구결과, 기업가 교육을 받은 사람은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창업은 3배 이상 많고, 연수입이 27% 많았으며, 자산은 62%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회장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생태계이며, 생태계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을 대하는 태도인 기업가 정신”이라며, “직접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해서 스스로 탐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