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에 ‘1시간 배송’까지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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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당일배송에 ‘1시간 배송’까지 이대로 괜찮은가 편의 좋지만, 환경오염·고강도 노동 걱정…진정 소비자 위한 것인지

기사입력2024-12-18 11:00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휴일배송…, 이제는 ‘주문 1시간 후 수령?’ 빠른배송 전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이 얼마나 격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빠른배송의 편의 뒤에 숨은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최근 네이버는 상품을 주문한지 1시간 내외로 배송이 가능한 ‘지금배송'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주문 후 1시간 내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지금배송’, 다음날 오전에 도착하는 ‘새벽배송’, 휴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휴일배송’, 가구 및 가전의 설치일을 원하는 날짜로 지정할 수 있는 ‘희망일배송’ 등을 내년 상반기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수도권에서 가전 및 모바일 제품을 구매 당일에 배송, 설치해주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지난 11월14일 시작했다. 소비자가 낮 12시 이전에 모바일이나 가전을 구매하면 당일에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처럼 사전 공사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 한한다. 국내 가전업체 중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수도권에서 먼저 오늘보장 서비스를 운영하고, 향후 광역시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경쟁이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너도나도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고, 거액을 들여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배송업체 역시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기로 선언했다.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한진택배도 고객 편의를 위해 주7일 택배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빠른 배송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고객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장비가 갑자기 분실되거나 고장났을 때, 1시간 내로 배송을 받을 수 있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유아를 돌보거나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갑자기 필요한 물품이 생길 수 있지만 밖에 나가 필요한 물건을 사기는 어려운데, 이럴 때 빠른 배송이 간절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편리함’ 뒤에는 신음하는 노동자가 있다…‘지속 가능성’ 고민을

다만 빠른 배송의 이면에는 살펴봐야 할 문제도 많다. 우선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걱정이다. 빠른 출고와 배송이 이뤄지려면 배송기사들이 더 빠르게,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송기사들의 과로는 각종 건강 문제와 안전사고 우려로 이어진다. 또한 기후위기로 폭염·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송은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 배송기사들의 업무환경이 끊임없이 악화되는 반면, 기업들은 배송기사의 노동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데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휴일배송에 이어 이제는 ‘주문 1시간 후 수령까지 가능하다고?’ 빠른배송 전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빠른배송의 편리함 속에 숨은 노동과 환경 문제,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민중의소리가 2022년 발간한 도서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는 2020년 10월 쿠팡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사망한 28살 장덕준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주당 평균 58시간, 사망 직전에는 62시간 일했으며 사망 원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심근경색이었다.

쿠팡을 비롯해 배송업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상당수가 과로사 위협에 놓여 있다. 여러 기업들이 내년에는 더욱 편리하고 빠른 배송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1월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3000여명이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배송 속도경쟁 중단을 촉구하고, 위험한 새벽배송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주7일 배송 개시를 앞두었지만, 지난 12월3일 열린 ‘주7일 배송’ 6차 교섭에서도 노조와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빠른 배송을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고객 만족’을 언급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모든 상품의 빠른 배송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배송기사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종종 급하게 필요한 물건도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상품이 당장 오늘 도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급하지 않은 상품은 천천히 배송해도 된다는 선택지가 있길 희망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네이버가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1시간 내 배송의 경우, 상품을 구매한 뒤 마음이 변한 고객이 주문을 취소할 겨를도 없이 환불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물건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빠른 배송이 전 세계적인 추세에 놓여 있지만, 이같은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우선 환경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빠른 배송으로 택배차량 운행 횟수가 늘어난다면,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택배 주문이 늘어날수록 각종 포장재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해질 수 있다.

인력의 한계도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는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의 온라인 패션스토어인 조조타운은 배송기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느린 배송’ 옵션을 도입했다.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가파르다. 효율적인 물류시스템과 자동화, 드론이나 로봇 배송을 도입하더라도 한계는 따를 수 있다. 교보문고는 이미 착한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배송 가능한 주문을 내일받기로 선택하면 소정의 리워드를 제공한다. 이같은 모델을 검토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리워드를 지급받은 고객이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플랫폼에서 구매를 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빠른 배송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빠른 배송은 물류비용의 상승을 낳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향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배송 및 반품 비용을 무료로 책정하고 있으나, 알고 보면 이는 공짜가 아니다. 기업이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여지가 있다.

‘ESG 경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전략이 된 시대다. ESG 경영이란 기업이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전 세계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 정부 모두 빠른 배송의 편리함 속에 숨은 노동과 환경 문제, 지속 가능성에 관해 짚어보아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