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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풍경 사진을 넘어 시간의 켜와 삶의 흔적을 담다
김문호 사진작가 ‘군산구경(群山久景)-오래된 현재’ 전
- 기사입력2025-02-05 08:55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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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작가의 ‘군산구경(群山久景)-오래된 현재’ 전시가 4일부터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고향인 군산의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 50여점으로 구성돼 있다.
김문호 작가는 1966년까지 군산에서 살다 상경한 후, 만년에 접어들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잔영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작가는 “고향을 떠난 지 16년, 나는 비로소 다시 군산을 찾게 되었다”며, “내가 살던 집과 다니던 국민학교, 자주 돌아다니던 선양동, 개복동 골목들, 중앙로와 영동, 그리고 중동 째보선창을 거쳐 도선장까지” 옛 추억에 젖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넘어 군산이라는 도시가 간직한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상처, 미군 주둔으로 인한 아메리카니즘의 흔적, 그리고 최근 새만금 개발로 인한 변화 등 다양한 시대의 층위가 공존하는 군산의 모습을 포착했다.
김문호, ‘헝그리 에이지’,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권투장 선수모집 광고.시인이자 여행작가인 이호준은 이번 전시에 대해 “김문호 작가의 사진집을 보며 먼저 든 생각은 표제가 왜 ‘久景’일까였다”라고 말하며, “작가는 기억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오래(久)전 풍경을 ‘지금’으로 불러오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이호준은 또한 “사진 하나하나가 여지없이 ‘오래된 현재’다. 오래된 건 단지 작가의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군산이라는 도시 자체의 기억이고 군산의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다”라고 평했다.
김문호 작가의 이번 작품들은 그의 이전 작업들과는 다소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호준은 “그동안의 작업과 언뜻 같아 보이면서도 다르다”며 “은유로 주제를 가리거나 에둘러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창백한 태양과 쓸쓸한 갈매기, 희미해진 간판들, 폐허 속 목련, 부둣가의 말린 생선들, 낡은 건물을 감싼 담쟁이덩굴 등 군산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호준은 “과묵한 흑백사진들이, 우리네 삶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화려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김문호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이 잦아졌고, 칠십이 되어서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잔영을 찾아 사진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직도 나는 무엇인가, 누구인가를 군산에 두고 온 것만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군산구경(群山久景)-오래된 현재’ 전은 단순한 풍경 사진을 넘어 시간의 켜와 삶의 흔적을 담아낸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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