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등 금융권 금융사고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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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부당대출 등 금융권 금융사고 방치해선 안된다 고객보호·내부통제 기능 미흡 확인…체계적인 감독방안 필요

기사입력2025-02-05 10:2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몇 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있었으며, 국민은행에서는 최근 몇 년간 120억원대의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를 비롯해 100억원대 부당대출 등 배임·사기 사고가 발생했다. 또 농협중앙회에서는 100억원대 배임사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이 있었다.

이처럼 금융계의 불건전 업무행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집중 검사를 실시했고, 4일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보면, 금융계가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9월 중 전 금융권에서는 총 111건, 2598억원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 브로커 또는 직원 간의 공모를 통해 금융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금융사고 규모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건당 평균 사고금액도 급증했다. 이 기간 평균 사고금액은 23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거액의 부당대출 사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은 350억원에 달했고,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도 380억원이나 적발됐다. 이렇게 부당대출된 730억원 중 46.3%인 338억원이 부실화됐다. 본부장, 지점장 등 고위임직원의 부당대출은 1604억원으로 이 가운데 76.6%인 1229억원이 부실화됐다. 사업과 무관한 대출을 취급하거나, 대출심사 과정에서 진위 여부 확인을 소홀히 하고, 이상징후를 묵인하는 등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를 설계함에 따라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거액을 대출하거나 지급 보증을 하고, 브릿지론을 부동산담보대출로 편법 취급하고, 이미 부실화된 해외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정상 신용등급으로 평가한 후 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금융소비자 보호 역시 취약했다. 연체 발생시 차주의 예금과 대출을 상계하면서, 현행법 상 압류금지채권인 최저생계비도 상계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또, 신용정보 부당조회, 고객 거래정보 제공 미통보 등 고객정보 보호에도 소홀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의 근본적인 임무를 저버리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은 결국 반복적인 금융사고를 야기하고 말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하고, “고객보호와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관행, 사기 또는 비윤리적인 업무처리로 인한 금융사고는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가 불안정해지면 시장 충격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 금융위기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누적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확인된 위법행위에 엄정조치를 하겠다고 나선만큼,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됐던 금융기관 경영이 정상화될 것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금융계는 내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 엄격한 규제 및 감독, 소비자 보호에 매진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