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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권력가 집에서 북촌 ‘핫플’로 탈바꿈
조선 후기와 근대기 ‘한옥’ 양식의 독특한 조화 …백인제가옥
- 기사입력2025-02-07 09:28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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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가옥은 한국·서양·일본의 양식이 조화를 이룬 근대가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이것 봐봐. 황토와 빨간 벽돌이 어우러져 있는 게 독특하지 않니? 이게 우리 전통 한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든.”6일 오후, 아들과 함께 북촌의 ‘백인제가옥’을 찾은 아버지의 역사 강의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폭설 예보와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인제가옥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해설사들에게 질문도 마다하지 않았다.여성의 공간이었던 안채 뜰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백인제가옥 해설사는 최근 들어 백인제가옥이 북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이 해설사는 “전반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평일 오전에는 중장년층 여성이, 주말에는 초등학생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가 꽤 많다”며, “2년 전부터는 총 관람객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이 해설사에 따르면, 동절기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한 달에 약 1만50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특히, 단풍이나 봄꽃이 피는 시기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지만, 장마철 처마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며 운치를 즐기려는 사람, 새하얀 눈이 쌓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등 ‘힐링’의 목적으로도 방문한다고 한다.일제시대 유물, 시민들의 품으로
당시 양반들만 거주했던 궁궐 옆 동네인 북촌이라는 ‘부자 동네’에 744평(약 2459㎡)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북촌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백인제가옥은 우리나라 근대건축 양식의 변화와 함께 당시 ‘최상류층’의 삶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다.조선 후기인 1907년부터 짓기 시작해 일제 강점기인 1913년에 완공된 이 집은 이완용의 외조카이자 한성은행의 실무책임자였던 한상룡에 의해 지어져 ‘친일파’ 흔적이라는 뼈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양반들만 거주했던 궁궐 옆 동네인 북촌이라는 ‘부자 동네’에 744평(약 2459㎡)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이후, 1944년부터는 3·1운동 참여자이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거주했고, 6·25전쟁 때 백인제 박사가 북한으로 납북된 이후부터는 부인 최경진 여사가 거주하다 2009년 서울시에서 매입해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조성했다. 2015년부터는 시민에게 개방해 현재까지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백인제가옥은 당시 전통한옥에서는 보기 힘든 건축 양식과 자재를 사용한 대표적인 근대가옥으로, 그 자체만으로 건축사적인 가치가 높다고 한다. 이런 문화재적인 가치를 평가받아 1977년 서울시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 중, 눈여겨 볼점은 조선 후기와 근대 시대의 특징이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해설사는 “백인제가옥은 전통 한옥의 양식과 서양, 일본의 특징이 절묘하게 결합해 있다. 자재들을 보면 서양에서 많이 쓰는 유리, 벽돌, 잔디 등이 사용됐는데, 이는 우리 전통 한옥에서 쓰던 자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자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전통 한옥에서 쓰는 돌덩어리, 흙, 황토, 온돌은 그대로 사용했고, 거기에 서양의 자재들이 플러스 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며 “집의 외부를 보면 일본의 특징은 없다. 하지만, 내부는 일본의 장마루, 2층은 다다미방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시대적인 배경이 그대로 가옥의 형태로 남아있고, 당시 최고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람객의 흥미를 자아낸다.이 해설사는 “백인제가옥은 윤보선가옥과 더불어 일대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집이다. 하지만, 윤보선가옥은 지금도 자손들이 거주하고 있어 방문이 어렵고, 유일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백인제가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이 흔히 방문하는 북촌로 11길 쪽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35년도에 완공된 근대 개량한옥 밀집지역이다. 동네는 조선시대부터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주택구조가 변하면서 꽤 최근의 집들로 구성된 것”이라며, “익선동 등 상업적인 거리로 변한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당시 상류층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관람객에게 보는 재미를 준다”고 했다.백인제가옥에서 즐기는 사계절
백인제가옥을 찾은 관람객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중기이코노미실제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호기심과 흥미, 재미를 즐기며 가족, 친구들과 산책장소로 애용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2021년부터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포토 이벤트’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일년 동안 관람객의 사진을 매월 한 작품씩 선정해 철제 액자로 제작한 후, 사랑채 뜰에 한달 간 전시하고 증정하는 행사다.서울역사박물관 도시유적전시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 통화에서 “백인제가옥은 계절별로 매력이 다양한 곳이라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많이 찍는다. 이에 시민들의 사진으로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획하게 됐다”며, “전문가가 촬영한 듯한 사진은 제외하고, 아마추어틱한 느낌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얼굴 표정이 잘 포착된 사진이 많다. 전시된 사진을 보면 모두 관람객들의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