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생태계 혁신…AI 관련법과 투자정책 개선을”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벤처생태계 혁신…AI 관련법과 투자정책 개선을”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해야”

기사입력2025-03-14 11:4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위축된 벤처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AI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벤처기업협회 이정민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대한민국 혁신을 위한 벤처생태계 활성화 과제’ 토론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며, “현재 대한민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해법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벤처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격적인 혁신에 기반한 벤처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벤처기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중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벤처기업은 3만8216개사다. 벤처기업의 한해 총 매출액은 242조원으로 한국 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벤처기업의 총 고용규모는 약 93만5000명으로, 연평균 신규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고 있으며 총 고용인원의 51.3%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해당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4.6%로, 중소기업 0.8%, 중견기업 1.1%, 대기업 1.8%보다 월등히 높다. 벤처기업의 경영활동에 의한 2023년도 법인세 납부액은 총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 벤처기업의 94.3%가 연구조직이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총 43만2986건의 국내외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첨단업종은 벤처기업의 49.7%를 차지하고 있고, AI, IoT, 빅데이터, 신에너지, 클라우드, 핀테크, 신소재 등 4차 산업 관련 주력기술이 분포해 있다.

위축된 벤처투자…지난해 신규 유니콘 2개에 불과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핵심 축인 벤처기업 생태계는 최근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 창업기업 수는 4년 연속 감소하며 창업생태계는 약화됐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 고금리 등으로 인한 투자감소, 연구개발 비용 증가 등의 요인으로 벤처기업이 집중되는 기술기반 창업도 지속해서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유니콘 기업은 2개에 불과했고, 국내 유니콘 기업 중 AI·바이오·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는 딥테크 유니콘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 사무총장은 AI,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며, 관련 창업 정책도 아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벤처투자는 위축돼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지만,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17%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펀드 출자자 구성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이 23%로 전년대비 11.3%p 증가하고, 민간출자자 비중은 줄어 공적자금 의존도도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벤처투자 규모 비율은 0.26%로 이스라엘 1.72%, 미국 1.09% 등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이다.

“생태계 혁신위해 딥테크 법령, 노동·투자정책 개선을”

이 사무총장은 고도로 발전된 미국 경제가 여전히 2~3% 대의 잠재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생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벤처기업의 성장촉진을 위해서는 벤처기업 요건을 개선하고, 고성장 벤처기업에 대한 특화 지원, 첨단업종 벤처 육성을 위한 입법 그리고 R&D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벤처생태계 혁신을 위해 ▲AI 기술 도입 확산을 위한 법·제도적 정책 지원 ▲근로시간 개편을 통한 근로 유연화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 등을 제안했다.

◇AI 기술 도입 확산을 위한 법·제도적 정책 지원=2024년 글로벌 AI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AI 기술의 구현에 영향을 미치는 운영환경 측면에서 35위로 매우 낮은 순위를 기록해 AI분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 이 사무총장은 AI관련 입법 분야를 현행 기본법에서 법률 및 의료, 교육, 문화 등으로 확대하고, AI 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특구 조례, 규제 샌드박스 보완 등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대통령 직속 범정부 AI확산 의사결정기구를 신설해, 각 산업분야에서 AI 기술 도입 시 발생하는 규제와 갈등에 대해 신속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시간 개편을 통한 근로 유연화=벤처기업은 특성상 노동집약적인 제조기반의 근로자와 달리 해당 기업 고유의 신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합한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무총장은 주52시간 제도의 도입으로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벤처의 성공방정식이 불가능해져서 기업의 활기를 저해하고 혁신생태계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벤처기업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의 적용을 예외로 하고, 현행 주 단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선택해 운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4년~2023년 10년간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출자한 벤처펀드는 9.2~17.2%의 높은 수익률을 실현했고, 또한 모태펀드 역시 최근 10년간 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반면 2024년기준 430조원이 적립된 퇴직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환산 운용수익률은 2.07%로 낮은 수준이다. 이 사무총장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활성화하고, 선진 자본시장 수준으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과 벤처펀드 출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