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마음에 든다’와 ‘써도 된다’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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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네이밍…‘마음에 든다’와 ‘써도 된다’는 다르다 브랜드 기획·네이밍 확정 전 체크리스트…브랜드 ‘육하원칙’②

기사입력2025-08-13 12:00

서유경 객원 기자 (artecolegal@artislawpro.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대표변호사·변리사

“브랜딩 상표 출원은 브랜딩 개발을 마친 뒤에 하면 되지 않나요?”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변호사이자 변리사의 입장에서 답은 분명합니다. 그 시점이면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브랜딩 기획 단계부터 상표 출원을 염두에 두고 선행 리서치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네이밍과 BI 디자인을 마친 뒤에야 출원을 시작합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그 시점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이미 선점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합니다. 출시 한 달을 앞두고 거절 통보를 받거나, 이의신청으로 인해 등록이 1년 이상 지연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마케팅 재작업에 따른 매몰비용을 감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출시 지연, 캠페인·프로모션 취소, 유통처와의 갈등 발생 등 여러가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상표 권리화의 핵심은 단순한 ‘출원 여부’가 아니라 ‘출원 시기’, 즉 타이밍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기획부터 등록 이후까지 각 단계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타이밍 체크리스트를 ①브랜드 기획·네이밍 확정 전 ②브랜딩 시안 및 개발 단계 ③출원과 심사·공고 기간 ④등록 후 관리 단계 등 연재 형식으로 다루려 합니다. 그 첫 번째로 ‘브랜드 기획·네이밍 확정 전’ 단계의 체크리스트를 살펴봅니다. 출시를 앞둔 스타트업부터 리브랜딩을 준비하는 중견기업까지, 이 시리즈는 분쟁을 예방하고 브랜드를 안전하게 성장시키는 실무 로드맵이 될 것입니다.

[CASE STUDY] ‘이름을 정했는데, 이미 누가 쓰고 있다면?’

이해를 돕기 위한 ChatGPT 5로 생성한 이미지

건강식품 스타트업 C사는 ‘곡물 파우더’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첫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품기획 초기부터 가칭 ‘그레인포레스트(Grain Forest)’라는 이름이 붙었고, 제조공장, 포장업체, 유통처와의 모든 논의가 이 이름을 전제로 진행됐습니다. 마케팅팀은 ‘그레인포레스트’를 중심으로 슬로건과 카피를 완성했고, 사내 메신저와 회의자료에는 이미 약칭 “그레포(GRP)”가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외주로 맡긴 브랜드 디자인 회사에도 주문은 분명했습니다.

“그레인포레스트, 숲의 느낌과 곡물의 질감을 함께 담아주세요.”

디자인 회사는 요구를 반영해 무드보드, 로고 시안, 패키지 컬러까지 완성했고, C사 대표는 상품 소개서와 샘플 패키지를 들고 고대하던 대형 유통사 미팅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첫 장을 넘기자, 유통사 담당자의 첫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아, 포레스트그레인이 한국에 들어오나 보죠?”

순간, 대표의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네? 아닙니다. 저희는 완전한 고유 브랜드인데요?”

담당자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샘플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흠… 다 좋은데, 해외에 ‘포레스트그레인’이라는 브랜드가 이미 있고,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이름 두 개를 동시에 취급하면 소비자 혼란은 물론, 상표권 침해 주장이 들어오면 저희는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품 유통계약은… 브랜딩 문제부터 해결하신 뒤에 다시 이야기하시죠.”

그 한마디로, 어렵게 잡은 유통 미팅은 1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C사 대표는 곧바로 홍보팀에 연락을 돌렸고, 확인 결과는 더 씁쓸했습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브랜드 이름을 멋지게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이름이 법적으로 등록·사용 가능한지, 그리고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와 혼동되지 않는지를 네이밍 단계에서 동시에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이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로 명칭을 확정합니다. 때로는 오너의 직감이 결정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와 “써도 된다”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은 시장에 내놓기 전 반드시 두 가지 필터를 통과해야 합니다.

▲법적 안전성: 등록 가능성과 침해 위험 여부

▲시장 식별력: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와 혼동하지 않을 구별력

상표법 제1조의 목적도 같습니다. 상표 사용자의 신용을 보호하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며, 수요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잘 만든 이름’이면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위 케이스 스터디가 주는 교훈은, 브랜드가 시장에 나오기 전에 법적 안전성과 시장 식별력을 검증하지 않으면 디자인, 마케팅, 유통, 기업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소개할 다섯 가지 단계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브랜드 명칭 기획 시 CHECK LIST

◇핵심 행동=사업 방향을 고려해 고유 브랜드 후보를 탐색하고, 상표 검색을 병행해 시작합니다.

(1) 시장 범위부터 정하기

브랜드로 판매할 제품·서비스의 종류, 진출 예정지역, 타깃 고객층을 명확히 정의합니다. 이 범위가 상표 검색 시 상품·서비스류(국제분류·유사군 코드)를 설정하고, 분석 방향을 잡는 기준이 됩니다.

왜 시장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할까

상표 검색과 출원은 ‘상품·서비스류’를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이 상품·서비스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니스 분류(Nice Classification)에 따라 1류부터 45류까지 나뉩니다.

▲1~34류 → 상품(Goods)

▲35~45류 → 서비스(Service)

한국 특허청도 이 니스 분류체계를 기본으로 사용하며, 여기에 국내 심사실무에 맞춘 유사군 코드를 병행해 더 세밀하게 구분합니다. 즉, 같은 니스 분류 안에서도 세부 코드가 다르면 ‘서로 다른 상표’로 판단될 수 있고, 반대로 코드가 같으면 비슷한 상품·서비스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 적용 팁

▲진출하려는 제품·서비스 카테고리를 명확히 적어둡니다.

▲현재 판매 계획뿐만 아니라 향후 2~3년 내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범위를 설정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해외 진출 예정국도 함께 기록해, 해당 국가의 니스 분류와 검색까지 준비합니다.

▲설정된 시장 범위를 기준으로 니스 분류 + 유사군 코드를 지정해 상표 검색과 분석을 시작합니다.

(2) 국내·해외 상표 검색

국내 검색은 한국 특허청의 KIPRIS(특허정보넷)에서 해당 브랜드명과 유사한 상표를 검색합니다.

▲언어 변형: 한글, 영문, 철자 변형(철자 추가·삭제·교체), 발음이 유사한 표기 모두 확인

▲형태 변형: 띄어쓰기, 하이픈(-), 숫자 포함, 복수형(-s/-es) 등

▲음역 변형: 영문을 한글로, 한글을 영문으로 변환한 표기

해외 검색을 할 때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다면, 주요 국가·지역의 상표 공개 DB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WIPO Global Brand Database – 마드리드 국제출원 및 다수 국가 상표 검색

▲EUIPO eSearch – 유럽연합(EU) 관할 상표

▲USPTO TESS – 미국 상표 검색 시스템

실무 적용 팁

▲단순히 ‘정확히 같은 철자’만 찾으면 안 됩니다. 상표 심사에서는 철자나 모양이 조금 달라도 발음이 유사하면 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변형 검색 시, 소비자가 실제로 혼동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상정해 보아야 합니다.

▲국내 검색만 하고 해외 검색을 건너뛰면, 수출 시 현지에서 선행 상표와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3) 시장조사 병행

상표 DB 검색이 ‘권리’ 관점에서 하는 것이라면, 시장조사는 ‘실제 사용’ 관점에서 해야 합니다. 이 두 작업을 병행해야 혼동과 분쟁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상표 DB 검색과 시장조사에서 모두 안전 판정을 받아야만 네이밍을 확정하고 BI 개발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검색엔진·콘텐츠: 구글·네이버(통합·뉴스·쇼핑·블로그·카페)에서 동일·유사 명칭 사용 사례 확인

▲커머스: 쿠팡·스마트스토어(네이버 쇼핑)·11번가·G마켓·마켓컬리 등에서 동일 카테고리의 사용 여부 점검

▲SNS·채널명: 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페이스북·X 등에서 계정명·채널명·해시태그 사용 실태 확인

▲도메인: .com·.co.kr 등 가용성+실사용을 함께 확인(도메인 제공업체에 접속해 실제 운영 여부·개설 시점까지)

▲앱마켓(해당 시): App Store·Google Play의 앱명·개발사 중복 여부

▲상호·현장 사용: 지도·포털(네이버·카카오맵)에서 가게·법인 상호 동명 사용 파악(참고: 상호와 상표는 제도가 다르지만, 동일·유사 업종에서의 광범위 사용은 혼동 유발 및 분쟁 리스크가 큽니다.)

무엇을 기록할까(증거화)

발견한 사례의 URL, 스크린샷(날짜 포함), 사용 주체, 업종·카테고리, 최초 게시·판매 시점, 팔로워·리뷰 수 등 인지도 지표를 함께 정리합니다.

왜 중요한가

▲미등록 사용이라도, 국내에서 주지·저명한 영업표지로 기능하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 대상이 되어 분쟁(사용금지·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만의 사용이라도 국내 인지도·진출 계획이 확인되면, 출원·사용 시 혼동 가능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비슷한 이름은 피하기

상표 유사 여부는 외관·호칭(발음)·관념(의미)을 기준으로, 거래 실정에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수요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지 전체적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부분적 변형만으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철자·발음의 경미한 차이: 한 글자 변경, 복수형(-s), 숫자 추가 등

▲형식만 다른 표기: 띄어쓰기·하이픈, 대소문자, 로마자↔한글 음역

▲어순 전도·부분 치환: Grain Forest ↔ Forest Grain

▲보통명사·지리·설명어 추가: … Korea, … Lab, The …, … Food 등

또한 결합상표는 지배적·요부(핵심 식별 부분)를 중심으로 비교하므로, 핵심이 유사하면 전체가 유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무 팁 – 어원·의미·발음 기준

▲어원: 기존 상표와 어원이 겹치지 않는 단어를 선택하고, 언어·어휘의 출처 자체를 바꿔서 새로운 조어를 만들 것

▲의미: 동일하거나 유사한 개념·연상을 피하고, 완전히 다른 콘셉트나 상징을 담은 명칭을 설계할 것

▲발음: 음절 수, 강세, 리듬이 다른 발음을 채택해, 소리만 들어도 즉시 구별 가능한 명칭을 선택할 것

(5) 전문가 검토 거치기

상표 검색 결과와 상품·서비스 범위를 변리사에게 공유해 등록 가능성과 잠재적 리스크를 점검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자·도형·복합상표 선택, 지정상품 범위 설정, 국내·해외 출원 여부 등 상표 출원 전략을 함께 수립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권리화 타이밍, 다음 단계로

브랜드는 이름이 완성된 순간부터, 그 이름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네이밍 단계의 권리화 체크리스트가 브랜드의 ‘기초 체력’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그 체력을 실제 시장에서 발휘하게 만드는 시점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권리화 타이밍의 두 번째 구간, ‘브랜딩 시안 및 개발 단계’로 넘어가 디자인 작업과 권리화 전략을 병행하는 실무형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브랜드 콘셉트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이 시기야말로 창의성과 법적 안전성을 모두 담아내야 하는 결정적 구간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