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비조합원 이용, 자격 차별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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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생협 “비조합원 이용, 자격 차별 없애야” 소비자생협 자치 원리 적용…세제 감면조치도 차별 없어야

기사입력2015-04-07 14:0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료=한살림 생협 2014년 사업·활동보고서>

물품공급액 3490억원, 농가 2111호가 1257만평에서 지은 농산물 780억원어치를 공급받았고, 납품하는 147개 산지의 가공생산자만 2745명.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소개가 아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구성하는 ‘한살림’ 협동조합의 지난해 통계치다. 2014년 사업·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조합원 세대수가 50만세대를 넘어섰다. 유기농업 확산과 국산사료 보급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소비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경제는 이미 한국사회에 뿌리내린지 오래다. ‘한살림’은 지난 1986년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4월1일 사업을 시작한 서울대학교 생협은 최근 13주년을 맞았고, 1995년 3월 생협 업무를 시작한 연세대학교 생협은 20살 청년의 나이가 됐다. 이들 외에도 대학교 생협이나 단체에 기반한 생협이 다수 설립돼 있고, 소비자협동조합의 경제활동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협동조합을 물가안정 대책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지난 2013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협동조합이 “유통단계 간소화, 수요자 편익 우선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가능”하며 “소비자 지불 가격 일부를 자체 가격안정기금으로 조성·운영하는 경우, 공급 충격 시 가격 안정화 기능도 수행”한다고 소개했다. 가격안정기금이란 지불가격의 일부 수익금을 적립해뒀다가 자연재해 등으로 가격이 급등할 때 손해보전에 이용하는 기금이다. 앞서 예를 든 ‘한살림’에서는 생산자와 조합원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생산자와 소비자 이익실현에 함께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비자생협이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불합리한 제도로 차별받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과 ‘생협전국연합회 설립을 위한 추진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소비자생협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형미 소장은 ‘차별의 시정과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제도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소비자생협이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받는 대표적인 규정으로는 비조합원이용금지가 있다. 현행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조합은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조합의 사업을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견본품 공급이나 공익행사 참여, 학교생협 등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예외적인 경우이며 일반적으로는 조합원에 대해서만 물건을 팔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개정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의 사업을 비조합원 역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협동조합에 적용되는 기본법과, 소비자생협에만 적용되는 개별법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비조합원 이용규정의 차이

<자료=소비자생협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농협 등 다른 협동조합에 적용되는 법을 보면, 비조합원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조합원 이용보다 비율이 높아서는 안된다는 대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 비조합원 이용의 허용 비율은 조합마다 자체 정관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다. 소비자생협에도 이처럼 자치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비조합원 이용 허용주장의 핵심이다.

소비자생협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은 중앙회나 자회사가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또 단위조합이 사용목적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은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소비자생협은 이같은 세제 감면조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소비자생협은 다른 협동조합과 달리 법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 구조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고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자로 한다”고 할 뿐 법인에게 조합원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법인의 조합원 가입이 허용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생협법은 “조합원은 조합의 사업구역 내에 주소·거소(居所) 또는 사업장이 있거나 근무지를 가진 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인의 조합가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 교육기관, 법인 등이 친환경급식이나 공동 구매 등을 목적으로 생협의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법인이 아니라 기관 대표자가 개인 명의로 조합원 가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생협 구매물품에 대한 공식적인 비용처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조합원 규정 차이

<자료=소비자생협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 자료집>

반면 해외에서는 법인과 개인 모두 소비자생협의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생협이 자체 정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생협인 코퍼라티브 그룹은 810만명의 개인조합원과 127개의 법인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이밖에 대학생협에 대한 부가세 면제, 총회 의사록 인증절차 간소화, 정관 상 주사무소 소재지 기재방법 변경, 공제사업 시행 기회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제언이 이뤄졌다. 또 생협은 오직 생협연합회만 결성할 수 있으며 직원협동조합이나 생산자협동조합과 연합회를 결성할 수 없는데, 이종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증진할 수 있도록 연합회 결성에서도 자유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