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보다 ‘한 사람’…시제품은 싸고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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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대중보다 ‘한 사람’…시제품은 싸고 빠르게 발명가+기업가 ‘1인제조’…‘한국형 피봇 파워’ 꿈꾼다

기사입력2015-04-17 14: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6일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주관한 ‘취미를 창업으로’ 설명회에서 센터의 꿈마루코워킹스페이스 이하나 매니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2013년 4월,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씨는 러시아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초소형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그가 만든 인공위성은 가로·세로·높이 10cm, 무게 1kg으로 전체 제작비용은 약 55만원 정도였다. 송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보며 관련 기술을 습득했고, 필요한 재료는 청계천 등지에서 사 모았다”고 밝혔다.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상상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제조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 16일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이하 여성센터)가 주관한 ‘취미를 창업으로’ 설명회에서 형용준 강사는 “7년 전 쯤 미국에서 시작된 메이커스 운동이 현재 30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송씨 같은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2~3년 안에 메이커스 운동이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커스 운동(makers movement)이란 일반인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활동으로, 넓은 의미로는 제조자들이 자신의 제작비법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형 강사는 “3D 프린터, 밀링머신 같은 제조도구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공장 없이도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미국에는 이같은 제조시설과 재료 등을 구비해 놓고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주는 ‘테크샵’이 연간 798%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지엔이 발명한 피봇파워의 모습 <자료=유투브>

실제로 초창기 3D 프린터의 가격은 약 20만달러에 달했으나 지금 저가형 모델은 1000달러면 살 수 있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볼 수 있는 것이다. 형 강사는 이런 바람이 앞으로 여성 창업자들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제조자(maker)들을 보면 생활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걸 볼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사업화까지 연결되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생활 속 아이디어가 많은 여성들이 사업가로 변신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형 강사의 말처럼 미국에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구부러지는 멀티탭 ‘피봇파워’도 그중 하나다. 2010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 재학 중이던 제이크 지엔(Jake Zien)은 크기가 큰 어댑터가 옆의 소켓을 가리는 일자형 멀티탭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멀티탭을 휘어지게 만들면 모든 소켓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곧 아마추어 발명가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주는 공장대행업체인 퀼키(Quirky)를 통해 이를 제품화했고, 피봇파워는 2010년 시장에 출시된 이후 3년간 세계적으로 70만개 이상 팔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형 강사는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순 있지만 그들 모두가 혁신가는 아니다”며 “1인 제조시대에 성공적인 창업인이 되려면 새로우면서도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제안했다.

디자인 싱킹의 5단계 문제 해결 과정

©중기이코노미

디자인 싱킹이란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으로,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시 사용하는 ▲공감(Empathy) ▲정의(Define) ▲아이디어 도출(Ideate) ▲견본품 제작(Prototype) ▲시험(Test) 등 총 5단계의 사고 과정을 거쳐 생각을 정리해 내는 것을 말한다. 형 강사는 “이 개념은 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강의에서 비롯됐는데,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을 개발할 때 이 원리를 충실히 따랐다”고 전했다.

그는 5가지 사고 과정에 대해서 “특히 공감 단계에서 한 사람의 예비 소비자를 설정해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수의 소비자보다 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는 절대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선 안 된다”며 “시제품이 단번에 만족스러울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값싸게 아이디어를 현상화한 뒤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디자인 싱킹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오는 5월부터 진행되는 여성센터의 ‘2015년 꿈마루 여성 디자인 싱킹 프로그램’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 창업자들의 아이템 창출을 돕는 것으로 참가자들은 디자인 싱킹 5단계를 총 12주에 걸쳐 체험하면서 직접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여성센터의 꿈마루 코워킹스페이스 이하나 매니저는 “디자인 싱킹 교육 후 개발된 시제품 중 최우수 상품을 뽑아 150만원의 상금도 시상할 예정”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창업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센터에서 다각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니 여성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꿈마루 디자인 싱킹 프로그램은 경기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기간은 오는 27일까지다. 접수방법은 온라인(me2.do/FqRnGOUr)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거나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내 꿈마루 코워킹스페이스를 직접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용은 무료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꿈마루 코워킹스페이스(031-899-9156~7)로 하면 된다.